“하천 준설로 겨울철새가 사라졌다”…환경단체, 대전 갑천 서식조사

이종섭 기자

두 차례 조사서 한 달 새 1400여마리 감소

대전 갑천에서 대규모 준설이 이뤄지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대전 갑천에서 대규모 준설이 이뤄지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대전의 대표적 도심 하천인 갑천에서 한 달여 사이 1000마리 이상의 겨울철새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단체는 하천 준설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대전 갑천에서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각각 1차례씩 겨울철새 서식현황을 조사한 결과 두 번째 조사에서 개체 수가 1440마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14일과 지난달 25일 각각 유성구 도룡동 대덕대교부터 대덕구 문평동 금강합류지점까지 갑천 약 13㎞ 구간에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1차 조사에서는 해당 지점에서 63종 3876개체의 겨울철새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지난달 조사에서는 59종 2436개체만이 확인돼 한 달여 사이 4종의 철새가 사라지고, 전체적인 개체 수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조사에서 서식 자체가 확인되지 않은 철새는 전달 각각 2개체가 발견됐던 큰기러기와 물총새, 노랑턱멧새, 북방검은머리쑥새 등이다.

환경단체는 이 밖에 개체 수가 줄어든 철새 중 원앙과 알락오리, 쇠오리 등을 주목한다. 이들은 수면성 오리로 수심이 낮은 곳에서 먹이를 찾고, 하천변 모래톱이나 하중도에서 휴식을 취하는 철새다. 환경단체는 현재 갑천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준설로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이들 철새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134마리가 확인됐던 원앙은 개체 수가 100마리로 줄었고, 알락오리는 326마리에서 172마리로 감소했다. 쇠오리 개체 수도 174마리에서 137마리로 줄었다. 지난해 12월 조사 시점은 본격적인 준설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대전시는 현재 갑천을 포함한 3대 하천에 대한 대대적인 준설을 진행하고 있다. 홍수 등 재해를 예방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준설이 홍수 예방에 효과가 없고 하천 생태계만 훼손할 뿐이라며 중단을 요구해 왔다.

두 단체는 “대전시는 170억원의 혈세를 들여 3대 하천 20개 지역을 준설하고 있는데 8곳이 이번 겨울철새 조사지역 내에 있다”면서 “이번 조사로 대규모 준설이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월동조류 서식처를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전시는 준설 과정에서 생태계 영향분석조차 하지 않았고, 멸종위기종 대응방안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무차별적으로 진행하는 대규모 준설을 중단하고, 멸종위기종 등 생물의 서식처를 조사해 보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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