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후 미분양 10년여만에 2만호대···대구 ‘최대’
“추가 세제 혜택 필요” “집값 버블만 유지” 분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강윤중 기자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다 짓고도 분양하지 못한 악성 미분양 물량이 10여년 만에 2만가구를 넘어섰다. 이에 지방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자는 주장이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비수도권 미분양은 대출 규제보다는 공급과잉과 인구 감소 등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측면이 커 DSR 완화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도 “점검할 사항이 많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융위원회는 5일 자료를 내고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DSR 한시 규제 완화 요청에 대해서는 필요성·타당성·실효성·정책의 일관성 등 점검해야 하는 사항이 많다”며 “이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국민의힘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DSR을 한시 완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했는데, ‘DSR 원칙’을 건드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DSR은 금융회사에서 빌린 연간 총 원리금 상환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은행 대출은 DSR 40%가 적용된다. 연간 대출원금과 이자 상환액을 합쳐 연 소득의 40%를 넘으면 안 된다.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대출받기가 더 까다로워진다. 스트레스 DSR은 소비자의 대출 상환 능력을 심사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당정이 비수도권 DSR 완화를 거론한 건 지방 미분양이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날 국토교통부의 ‘2024년 12월 주택통계’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73가구였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7월 이후 감소하다 5개월 만에 다시 7만가구대로 불어났다.
특히 다 짓고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준공후 미분양)을 보면 지역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국 악성 미분양은 지난달 말 2만1480가구로, 2014년 7월(2만312가구) 이후 10년5개월 만에 2만가구를 넘어섰다. 지난달 늘어난 악성 미분양의 60% 가량은 대구·경북에서 발생했다. 대구의 악성 미분양(2674가구)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문제는 DSR 한시 완화만으론 지방의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DSR은 실수요자를 타깃으로 한 수요 억제책이라 지방 미분양 물량을 떨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실수요자는 전·월세 시장에 분포돼 있는데,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의 실수요자들은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정책대출을 활용해 집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미분양 해소를 위한 타깃은 다주택자가 되어야 하고, DSR 뿐 아니라 세제 혜택이 나와줘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올해부터 1주택자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때 양도세·종합부동산세 산정시 1세대1주택 특례가 적용되는데, 이런 식의 추가 세제 지원이 검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다주택자의 지방 미분양 주택 구입에 세제혜택을 주는 것을 투기 프레임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미 지방은 인구 감소, 수요 감소, 경제 불안 등으로 ‘탈출 러시’가 가속화되고 서울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제를 완화해도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갈뿐 냉각된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이미 경기가 꺾였는데 몇몇 규제 완화로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없고, 오히려 집값 버블을 유지하는 역효과만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