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의 한 의대전문 입시학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1% 늘면 합계출산율이 최대 0.26%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교육비 지출과 질 낮은 일자리 등 경제적 부담이 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5일 김태훈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가 제37회 인구포럼(한국보건사회연구원·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주최)에서 발표한 ‘사교육비 지출 증가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를 보면, 학생 1명당 사교육비가 1% 증가하면 다음해 합계출산율은 약 0.192~0.262% 감소했다.
사교육비 1% 증가 시 첫째 자녀의 합계출산율은 0.068~0.175% 떨어졌고, 둘째 자녀와 셋째 이상 자녀 출산은 각각 0.303~0.451%, 0.522~0.809% 감소했다. 사교육비 부담이 둘째 이상 자녀 출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2007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실질 사교육비 지출은 약 36.5% 늘었는데, 이 기간 합계출산율은 42.9% 줄었다. 김 교수는 해당 기간 합계 출산율 감소의 약 15.5~22.3%는 교육비 증가에 따른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대입 재수생 증가로 인해 늘어난 사교육비 부담이 향후 출산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한국의 재수생 비율이 높고, 재수 기간의 사교육비 지출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실제 사교육비 지출이 과소 평가됐을 수 있다”며 “대입 재수생 증가는 노동·혼인 시장 진입을 늦춰 미래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저출생 고착화의 원인으로 고용, 일자리의 질 악화를 비롯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꼽았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시장이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특히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불리함은 여성의 결혼과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 교수는 “소득불평등은 유배우 출산율을 낮춘다”며 “청년 고용여건 악화와 사회 경제적 불평등 확대는 출산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의 고용여건과 일자리 질을 개선하고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직면하는 불리함을 제거하기 위한 구조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출생 대책은 사회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염두에 두고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장인수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수도권-비수도권,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완화 등 사회경제적·구조적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결혼·임신·출산·양육 정책도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측면에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