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절반 크기 ‘초대형 감옥’
반인권적 탄압에 세계적 ‘악명’
미 국내법·국제법 위반 소지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내 범죄자를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범죄를 저지른 자국민을 사실상 다른 나라로 추방한다는 발상이다. 이런 계획이 실현된다면 미국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 이민자와 미국인 범죄자를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할 수 있다면 당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엘살바도르를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제안한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이다. 당시 양 측은 “우정”의 표시로 미국이 추방한 불법 이민자를 엘살바도르 교도소(CECOT)에 수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에 부켈레 대통령은 미국 국적인 범법자들과 이미 미국에서 수감된 ‘위험한 범죄자’까지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엘살바도르의 대형 감옥은 재소자 인권을 탄압하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2019년 취임한 부켈레 대통령은 여의도 절반 크기 ‘초대형 감옥’ CECOT를 짓고, 증거가 없어도 갱단원으로 의심되면 일단 잡아들여 죄를 묻는 강경책을 밀어붙였다. 현지 인권단체에 따르면 2022년 2년 간 엘살바도르 교도소에서 의문사 등으로 사망한 이는 미성년자 4명을 포함해 265명에 달한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마련한 대형 감옥 CECOT에 수감된 재소자들이 감방으로 이송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2019년 취임한 부켈레 대통령은 속옷 차림 수감자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는 사진을 수시로 공개하며 정부의 ‘성과’를 과시해왔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내 범법자들과 불법 이민자들도 CECOT에 수용하겠다는 게 엘살바도르 측 제안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엑스(옛 트위터)에 ““미국에 교도소 시스템 아웃소싱(위탁 처리) 기회를 제공했다”며 “미국에는 낮은 수수료지만, 우리 입장에선 교도소 시스템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구상을 실제 추진한다면 미국 국내법과 국제법을 위반할 여지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네샤 겔먼 에머슨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권위주의적인 포퓰리스트 지도자 두 명이 거래를 쫓는 사이에 만들어진 기괴하고 전례없는 발상”이라며 “여기에는 어떤 법적 근거도 없으며, 이주민 권리와 관련한 여러 국제법을 위반할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 미국이민협의회 에런 라이클린 멜닉 수석연구원도 “부켈레 대통령이 관심을 끌어모으려 (이런 제안을) 하고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너무나도 명백히 불법이어서 현실화 가능성이 없다”며 “국제법과 미국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