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법원·국민 믿고 가는 것이 정도”
빠른 윤석열 탄핵 요구 명분 훼손 우려도
이재명 “재판 신속하게 끝날 것” 반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자 5일 민주당 내에서도 여권에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민주당 요구의 명분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과거 어려울 때 ‘법원과 국민을 믿자’고 말했을 때 이 대표한테 좋은 결과가 왔다”며 “이 대표는 정치 지도자 아닌가. 결국은 법률과 법원의 판단, 국민을 믿고 가는 것이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3년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지난해 11월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 등의 사례를 들었다.
현역 의원들도 이 대표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대선에서 낙선한 후보가 총선에 출마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유가 무엇이었겠는가”라며 “절체절명인 이 대표 처지에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윤석열 탄핵과 관련해 왜 시간을 끄냐고 비판할 명분을 뺏겼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재판을 지연하려는 시도라는 상대 비판을 불러올 수 있는 아쉬운 결정”이라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헛심만 쓰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이 대표가 오히려 자신의 재판을 빨리 진행해달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며 “윤석열 탄핵심판 지연에 대한 비판이 내로남불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비례대표는 “이 대표가 마녀사냥처럼 윤석열 정부에 당해왔는데,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메시지를 줬으면 어땠겠냐는 생각이 든다”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날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공표죄는 구성 요건이 명확성 원칙을 위배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위헌법률심판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때 위헌 여부를 심판받는 제도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며 선거법 재판 시간끌기 꼼수라는 비판에 대해 “재판은 지연되지 않고 신속하게 끝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건태 민주당 법률대변인도 입장문을 통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사건은 본 재판과 별도로 사건번호가 부여되고 별도로 진행된다”며 “재판을 지연시키지 않고 지연시킬 수도 없다”고 밝혔다.
황정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탄핵심판 수사 지연을 위한 물타기 전략”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사법 시스템 내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