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궤변으로 부하들 공격···‘거짓말쟁이’로 몰아

고희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이준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이준헌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이 이어질수록 12·3 비상계엄 당시 지시를 이행한 군 지휘부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책임 떠넘기기와 폄훼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계엄 수행 전반의 책임을 떠넘기고,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진술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싹 다 잡아들이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대해선 야당과 결탁했다고 공격했다. 과거 대통령 안가에서 술자리를 함께 하며 자신에게 ‘충성’을 다짐한 부하들을 사실상 ‘거짓말쟁이’로 내몰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5일 입장문을 내고 “헌재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사실 왜곡과 오염된 진술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존 검찰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기술된 윤 대통령 지시에 관한 군 관계자들의 진술은 정확히 반박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변론에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 투입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 전 사령관 증인신문 이후 “선관위에 (군을) 보내라고 한 것은 내가 김용현 장관에게 이야기한 것”이라며 투입 지시를 인정했다. 다만 “선관위 전산시스템이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가동되고 있나 확인을 위한 스크린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지시는 단순한 ‘점검’ 차원이었고 그 밖의 일들은 부하들이 ‘오버’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 꽃’에도 가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다만 누구에게 언제 군 병력 투입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의 윤 대통령 공소장에는 계엄 당일 저녁 윤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을 불러 계엄 계획을 밝힌 뒤, 김 전 장관이 국회와 여론조사 꽃 등 계엄군 출동 장소가 적힌 문서를 건넨 상황이 담겨 있다. 이어 계엄 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집무실에 찾아온 이상민 전 행정안부 장관에게 자정에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보여줬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9분까지 군 병력이 “여론조사 꽃 건물 앞을 점거한 채 외부인들의 출입을 통제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증인들에 대한 폄훼는 헌재 심판정 밖에서도 이뤄졌다. 윤갑근 변호사는 변론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사령관 부관의 진술이 수사기록에 많이 있는데 부관은 앞좌석, 사령관은 뒷자석에 있어서 생생하게 들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회의원을) 끌어내니 뭐 이런 진술들과 관련해 수방사령관은 (국회) 안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 등 군 관계자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는 취지였다. 이 전 사령관은 변론에서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세 번 전화한 사실이 있느냐는 국회 측 질의에 “맞다”고 인정했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홍 전 차장에 대한 공격은 더 거칠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직후 자신이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간첩 수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탄핵부터 내란 몰이, 이런 모든 프로세스는 (홍 전 차장이 작성한) 메모가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한테 넘어가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의 진술이 조작, 오염됐고 배후에는 민주당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홍 전 차장은 변론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굳이 왜 거짓말하겠냐”며 반박했다. 그는 “제가 수백억원 정도의 대북 공작금을 유용했다는 얘기를 주요 언론과 제가 자주 보는 보수 유투버들까지 하니까 상당히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면서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좌표’를 찍고 보수 언론과 유튜버가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앞선 4차 변론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을 직접 신문하면서 “(포고령이) 법적으로 손댈 건 많았지만 어차피 이 계엄이 길어야 하루 이상 유지되기도 어려워 그냥 뒀다”며 포고령을 포함해 비상입법기구 문건도 김 전 장관의 책임으로 돌렸다.

윤 대통령은 ‘계엄 2인자’인 김 전 장관에게는 책임을 떠넘기고, 군 지휘부에 대해서는 “(지시를) 잘못 이해했다”고 주장하는 건 그들의 진술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선 탄핵심판에서 증인신문이 줄줄이 예정된 상황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는 커녕 윤 대통령 측의 궤변만 계속 나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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