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엔 화답, 푸틴엔 대화 시사···젤렌스키, 종전 회담 잰걸음

김희진 기자

젤렌스키 “평화 가져올 유일한 길이라면”

미·우크라 이해 일치하나? 주목받는 희토류

종전회담은 막연한데…피난처까지 타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키이우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키이우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라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 대가로 희토류 개발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24시간 내’로 공언해온 종전 시한을 ‘6개월 내’로 늘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쪽으로 종전 회담이 시작될 수 있게끔 연일 구애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국 언론인 피어스 모건과의 인터뷰 영상에서 필요하다면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으면 어떤 느낌이 들 것 같나’는 질문에 “만약 그것이 우크라이나 시민에게 평화를 가져다주고 사람들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우리는 분명 그 방법을 시도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네 참여자”와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참여자’가 누군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25일 몰도바 마이아 산두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종전 회담을 한다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푸틴)에게 친절하진 않을 것이다. 그를 적으로 여긴다”며 여전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군사 지원 대가로 우크라이나 희토류 개발을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우리 땅을 방어하고 무기와 제재로 적을 밀어내는 데 도움을 주는 동맹국들과 함께 자원을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열려 있다”고도 밝혔다. 희토류 등 우크라이나 자원 개발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당시 대선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전쟁 종식을 위해 제시한 ‘승리 계획’의 일부였다고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희토류를 갖고 있고 난 희토류를 담보로 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외교 문제 역시 실리를 따지는 ‘거래의 관점’으로 재편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또 희토류 최대 공급처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이끌어낸 우크라이나로선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점쳐볼 수 있게 됐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은 풀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9월27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9월27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대부분이 현재 러시아군 점령지나 최전선과 매우 가까운 지역에 매장돼 있어 현실적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거래가 성사되긴 수월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울프 크리스천 페스 선임연구원은 “아무도 (희토류를) 채굴하거나 가공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희토류를 개발하려면) 휴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우크라이나에 지속 가능한 평화가 없다면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호언장담과 달리 종전 회담 밑그림조차 구체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최근 피난처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모든 국외 지원과 원조를 중단키로 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도 90일간 동결됐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인근의 한 피난처의 경우 운영비 60%가 미국의 원조 기금으로 충당돼왔으나 이번 조치로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외 원조 전담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를 전진적으로 폐지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는데, USAID는 우크라이나 14개 지역의 학교·병원에 백업 난방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을 비롯한 최전선의 전투도 이어지는 중이다. 최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1월 중순부터 전선에서 물러났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으나,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장은 이날 “약 8000명의 북한군이 여전히 쿠르스크에서 전투 중”이라며 퇴각설을 일축했다. 다만 북한군 규모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 배경을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안보 프로그램 책임자인 세스 존스는 이날 “정확히 알긴 어렵지만 북한군 사상자 수는 (전체의) 3분의 1에서 아주 많으면 50%까지로 추정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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