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만 빼고, 여야 “개헌해야” 한목소리…조기대선 판 흔들까?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이 4일 국회의장 비서실에서 여·야·정 국정협의체 실무협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이 4일 국회의장 비서실에서 여·야·정 국정협의체 실무협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조기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야에서 동시에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먼저 당 개헌준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개헌안 마련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비이재명(비명)계를 중심으로 개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는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여권과 비명계는 비상계엄 사태로 확인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 극복을 위한 권력구조 개헌 필요성을 강조한다. 다만 개헌론에는 ‘이재명 대세론’을 흔들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여야 대선주자들 간 타협으로 실제 개헌이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주호영 국회부의장을 당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해 개헌 논의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개헌특위가 내주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선 당 자체 개헌안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국회 차원의 개헌특위를 꾸려 개헌 논의를 하자고 요청한 데 이어 당 자체 개헌안을 예고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현행 ‘87년 헌법 체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 원내대표는 “현행 87년 헌법 체제가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권력, 의회의 과도한 권한 남용 등을 제어할 방법이 없어 지금의 사태가 초래된 것 아니겠나”라며 ‘양원제’를 제시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경기 평택 고덕변전소 현장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 체제 부분이라도 손댈 때가 됐다”라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개헌 드라이브는 조기 대선 정국에서 개헌에 소극적인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를 압박하며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재의 조기 대선 판을 흔들 카드로 개헌 이슈를 꺼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대통령의 권한 분산과 함께 의회의 권한 남용 방지를 막는 방향의 개헌도 거론하고 있다. 야당의 탄핵 공세와 입법 폭주를 부각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여권 대선 주자들도 개헌을 주장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윤 대통령이 구속된 지난달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거대 야당의 압도적인 힘을 정치인 1인의 생존 본능을 위해 휘둘러도 막을 방법이 전혀 없는 나라”라며 “이제 민주당은 개헌 논의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미래의 명운이 달린 개헌 논의에 동참해달라”며 이 대표에 만남을 제안했다. 나경원 의원은 전날 “다수 1당의 제왕적 의회를 견제하는 헌법 개정이 먼저”라며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명계를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당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히는 ‘신 3김’이 최근 개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당초 탄핵 정국 초기에는 “내란 사태의 수습이 우선”이라며 개헌을 언급하는 데 신중한 기류였으나,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되고 탄핵 심판도 속도를 내자 개헌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에서 논의되는 개헌도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등 대통령의 권력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권력 구조를 개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헌의 시기를 두고는 신속히 하자는 목소리가 많다. 김 전 지사는 MBC 인터뷰에서 “국민 불안을 해소해 주는 개헌은 여야가 초당적으로 빨리 합의만 하면 다음 대선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최근 정치원로들과 함께 ‘선 개헌, 후 대선’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개헌 이슈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개헌에 대한 입장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4년 중임 대통령제에 원론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추진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친이재명(친명)계 한 인사는 “개헌은 준비하는 데도 긴 기간이 필요한데, 지금 섣불리 추진하면 설익은 논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명계에선 “대권이 가까우니 권력 내려놓기에 소극적인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개헌에 침묵하다 보니 비명계 주자들의 개헌론이 유력 주자인 그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책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재명과 각을 세우니 (김 전 지사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다”며 “정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개헌이라는 주제를 피해갈 수가 없는 만큼, 이 대표도 이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특히 유력 대선 주자들이 합의해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지는 불투명하다. 개헌은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하다. 국회 차원의 개헌특위 출범 또한 불확실하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 쪽에서) ‘우리가 정권을 잡을 건데 무슨 개헌이야?’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여야가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난관이 봉착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Today`s HOT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개막식 앞둔 모습 많은 눈이 쌓인 미국의 모습 심각한 예멘의 식량과 생필품 부족 상황 오염 물질로 붉게 물든 사란디 개울..
항공기 추락 잔해 인양 작업 높은 튀니지 실업률, 취업을 요구하는 청년들
11명 사망한 스웨덴 총격사건, 임시 추모소 현장 8년 전 화재 사고 났던 그렌펠 타워, 철거 입장 밝힌 정부
발렌타인데이를 앞둔 콜롬비아의 철저한 꽃 수출 인도 어부와 상인들의 삶의 현장 2월 흑인 역사의 달을 기념하는 저스틴 트뤼도 총리 비바람과 폭풍이 휘몰아치는 미국 상황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