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환율 속 2%대 오른 물가, 못 잡으면 경제·민생 끝장이다

12·3 내란 사태 후 급등한 환율이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리면서 지난달 물가 상승이 가팔라졌다. 고환율·고유가·고물가의 3중고가 다시 한국 경제와 서민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여야와 정부는 민생의 기본인 물가 오름세를 언제까지 방치할 셈인가.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2% 올랐다고 5일 발표했다. 2%대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2.0%) 이후 다섯 달 만이다. 지난해 130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12·3 비상계엄 사태 후 1500원에 육박했고, 배럴당 67달러까지 내렸던 두바이유가 지난달 80달러까지 오른 타격이 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드러낸 셈이다.

여기에 이상기후 현상으로 배추(66.8%), 무(79.5%), 김(42%), 당근(76.4%) 등 농산물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이런 숫자로 표시하기 무의미할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새해 들어 원재료비·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기름값과 커피 등 식료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전국 대학 190개 중 절반이 넘는 103곳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한다고 하니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지게 됐다. 고물가가 지속되면 경기 부양을 위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도 불가능해 내수 부진의 골은 더 깊어지게 된다.

앞으로도 우려스럽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고 관세폭탄으로 ‘트럼프 리스크’가 촉발되면서 1450원대를 오르내리는 환율은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외환보유액도 이 환율 방어에 쓰다 한 달 만에 46억달러 가까이 줄었다.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이 새해 들어 꺾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까지 낮춘 글로벌 투자은행도 있다. 경기는 둔화·하강하는데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커진 것이다.

경제가 이 모양이니 민생이 제대로 풀릴 리 없다. 일자리는 줄고 청년들은 구직 활동을 포기했다. 지난해 137만명 이상이 직장 폐업·정리해고·사업 부진 등으로 원치 않게 일자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위축으로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지난해 고용원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인 이른바 ‘나홀로 사장님’이 6년 만에 감소했다.

국가 경제가 백척간두에 있는데도 여권은 비상계엄과 탄핵 반대 궤변을 쏟아내며 위기를 키우고 있다. 저성장과 고물가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정치적 리스크를 해소하고 재정·금융 등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국가적 위기를 직시하고 여야는 당리당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무책임하고 무능한 국정을 인내할 시간도 바닥나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이 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2%대로 상승했다.  통계청이 물가상승률을 발표한 5일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앞을 지나는 시민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춥게 보인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이 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2%대로 상승했다. 통계청이 물가상승률을 발표한 5일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앞을 지나는 시민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춥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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