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4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이면 재판은 중지된다. 1심도 선고까지 6개월 규정(공직선거법 270조)을 한참 넘겨 2년여를 끌었는데, 항소심도 이미 3개월 규정은 깨지기 직전이다. 안 그래도 ‘재판지연’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불신만 자초할 위헌심판 신청은 정도가 아니다.
이 대표는 5일 항소심 2차 재판에 출석하면서 재판부가 신청을 기각하면 헌법소원을 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재판은 지연되지 않고 신속하게 끝날 것”이라고 했다. 헌법소원은 않겠다는 뜻으로 위헌 가능성에 대한 재판부 판단을 한번 물어보겠다는 것이지, 시간끌기 의도가 아니라는 해명이다. 변호인단도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이면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이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의 허위사실 공표 처벌 조항을 위헌으로 보고 재판부에 방어권 성립 여부 판단을 구하려 했다면 1심 때부터 신청했어야 옳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대통령 윤석열 탄핵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 위헌 판단을 받겠다고 나서니 시간끌기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의 조항이 이미 수차례 위헌심판을 통해 합헌성이 인정된 것을 감안하면 이 대표 측 논리는 옹색하게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당선무효형이 나온 자신의 공직선거법 재판이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중대사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 형이 확정되면 10년간 어떤 선거에도 나설 수 없다. 2심 재판부는 오는 26일 결심공판을 하겠다고 해 통상 그로부터 한 달 정도 걸리는 선고는 3월 말~4월 초에 나올 거라는 관측이 많다.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이 나오면, 윤석열 파면 후 치러질 조기 대선은 큰 분기점을 맞을 수 있다.
국가지도자로서 이 대표의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본인은 물론 당이 국민 신뢰를 얻고 상처 입은 국가 재건에 앞장서려 한다면 항소심 재판에 당당하게 임해 법리 다툼으로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윤석열 정권의 탄압임을 증명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 경우 조속한 윤석열 탄핵심판과 엄정한 내란죄 수사 요구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제1야당 대표로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이 대표라면 국민 신뢰를 우선하고 재판 대응은 정도로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