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업별 영향은

IT 완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
‘반도체 집적회로’ 수출 타격
미, 무역확장법 232조 검토
철강도 수출 문턱 높아질 듯
배터리, 위협·기회 요인 공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 사태로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중 견제와 미국의 조선업 재건으로 반사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도 있지만, 수출 물량 제한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5일 열린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산업협회, 배터리산업협회,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동차협회, 철강협회는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산업별 영향 및 대응 방향’을 보고했다.
반도체 업계는 관세 부과로 인한 수요 둔화와 수출 통제를 우려했다. 반도체산업협회는 “전반적인 관세 인상은 정보기술(IT) 완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글로벌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협회는 수요 감소, 가격경쟁력 약화 등으로 전체 수출의 약 7.5%(106억8000만달러)를 차지하는 대미 반도체 집적회로(IC)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중 경쟁 격화로 수출 통제도 예상된다. 반도체산업협회는 “딥시크 인공지능(AI) 모델 출시를 계기로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저사양 칩과 장비로 수출 통제 품목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의 지급 요건도 강화될 수 있는 만큼 현지화 전략 수정 여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산업은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대미 수출 편중도가 50%를 웃도는 만큼 보편관세(10~20%) 도입 시, 수출 물량이 줄고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여기에 멕시코산에 관세(25%)를 부과할 경우 현지 공장의 대미 완성차 수출 감소로 이어져 미국 내 완성차 가격경쟁력 하락도 우려된다.
자동차협회는 “높은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실시하고, 고율 관세 또는 쿼터 설정 부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철강제품에 232조를 적용해 수출 쿼터를 적용한 바 있다.
철강 산업도 미국 상무부가 232조 재조사 여부를 검토하는 등 수출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한국에 할당된 연간 263만t 무관세 쿼터가 축소될 경우 현지의 현대차·기아, 삼성, LG 기업에 대한 소재 공급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배터리 산업은 위협 요인과 기회 요인이 모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산업협회는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 제품에 대해 관세를 높일 경우 가격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지난해 미국은 배터리 수입의 70%를 중국에 의존했다.
다만 미국의 대중 견제로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경우에는 흑연 등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서 수급 차질이 예상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이 축소될 경우, 공장 건설이 늦어지거나 생산 가동률이 하락하는 등 경영활동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런 타격이 예상되지만 이날 협회들은 뚜렷한 대응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미 주요 기관과의 교류를 확대하거나 미국 주요 전문가를 섭외해 동맹 필요성 등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기존 대책을 대부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 현지화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아세안 등 지역으로의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한국에 ‘SOS’를 친 조선 분야는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에 따른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노후화된 미 현지 조선소를 현대화하고, 미국의 함정 보수·수리·정비(MRO) 수주 확대와 신조(새로 건조) 수주 증가가 기대된다고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