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때 세탁기 세이프가드·철강 관세로 한국 위협

김윤나영 기자

당시 세탁기 연수출 1/3 토막

‘25% 관세’ 철강업계도 위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1기 집권 당시에도 한국 정부는 통상 압력에 시달렸다.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세탁기 긴급수입제한 조치(세이프가드), 철강 관세 분야에서 미국에 추가 양보안을 내줘야 했다. 트럼프 2기 집권기에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에서 1기 집권 당시 한국산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철강·반도체 분야에 추가 관세 부과 의지를 밝혔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2월 한국산 세탁기에 연간 120만대까지는 20% 관세를, 그 이상 물량에 대해서는 50%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한국은 같은 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해 2023년 5월에야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가 이미 끝난 지 3개월 뒤였다.

관세 부과로 한국의 대미 세탁기 수출액은 거의 3분의 1 토막이 났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관세 부과 직전이던 2017년 4300만달러(약 623억원)였던 한국의 대미 세탁기 수출액은 이듬해 1574만달러(약 228억원)로 급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세이프가드를 끝낸 2023년에도 세탁기 수출액은 886만달러(약 128억원)를 기록해 관세 부과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엔 무역적자를 이유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했다. 한국은 2018년 3월 농축수산물 추가 개방과 철강 관세 부과 등을 막아내는 대신, 자동차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는 재협상안을 타결했다.

미국 안전 기준만 충족되면 한국 안전 기준에 대한 추가 검증 없이 수입을 허용하는 자동차 쿼터(수입 할당량)를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2배 확대했다.

또 미국은 2018년 3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당시 미국과 FTA 개정 협상 중이던 한국은 철강 관세 면제를 받아냈다. 대신 대미 수출 철강 물량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383만t)의 70% 수준으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받았다.

한국 철강업계는 위축됐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철강재 수출량은 2017년 340만t에서 쿼터제 적용 직후인 2018년 250만t으로 급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편관세를 지렛대 삼아 한·미 FTA 개정을 또 요구할 수 있다. 최창환 단국대 무역학과 교수는 국회 토론회에서 “대미 투자 속도 조절, 한국 조선업계의 미 해군 함정 수리 등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경제와 안보를 연계한 ‘패키지 딜’을 제안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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