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은 밀려도 개발 역량이 무기…AI 시장, 정부 지원 땐 한국도 승산

노도현 기자

중국산 AI ‘딥시크’ 충격

②국내 업계엔 위기 아닌 ‘기회’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11월1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자사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왼쪽 사진).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해 10월22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AI캠퍼스에서 열린 개발자콘퍼런스 ‘이프카카오 AI 2024’에서 AI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제공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11월1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자사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왼쪽 사진).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해 10월22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AI캠퍼스에서 열린 개발자콘퍼런스 ‘이프카카오 AI 2024’에서 AI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제공

메타 매출 대비 투자 비중 28.5%
네이버 20.6%…카카오는 16.2%

빅테크 대비 자금 규모 작지만
‘가성비’ 딥시크 성공 모델 삼아
기업들 AI 전략 다양화 가능성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을 흔히 ‘쩐의 전쟁’이라 표현한다.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AI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AI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자본력에서 밀리는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2023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금액은 454억달러(2023년 연평균 환율 기준 약 59조3700억원)에 달했다. 매출 대비 비중은 14.8%였다. 그해 메타는 매출의 28.5%인 385억달러를 R&D에 썼다.

같은 시기 네이버와 카카오의 R&D 비용은 각각 1조9926억원, 1조2235억원이었다. 매출 대비 비중은 각각 20.6%와 16.2%였다. 국내 기업들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하면 절대적 투자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인프라 투자 격차도 크다 보니 ‘게임이 되겠느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부상은 한국의 위기감을 더욱 높였다. 동시에 AI 역량을 갖춘다면 경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줬다.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는 지난해 7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더 많은 투자가 반드시 더 많은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5일 국내 업계는 딥시크의 부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경쟁력을 키우려면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인프라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에선 네이버·카카오뿐만 아니라 LG AI연구원, KT, 삼성전자, 코난테크놀로지, 엔씨소프트 등이 자체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AI 사업 방향은 각기 다르다.

네이버는 특정 국가의 언어와 데이터에 최적화된 독자적인 AI를 구축하는 ‘소버린(주권) AI’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자체 개발한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 등 서비스에 적용하는 한편, 모델 개발 경험을 활용해 다른 기업·국가의 독립적인 모델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 이사회는 7일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사내이사 복귀 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의결할 방침이다. 이 창업자가 7년 만에 복귀하는 데는 글로벌 AI 공세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딥시크 충격’이 국내 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하 센터장은 “딥시크는 천문학적 수준의 인프라 투자가 아니어도 추론 능력이 강화된 경쟁력 있는 2세대 사고형 AI 확보가 가능함을 보여줬다. 모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디테일도 공개했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는 AI 모델보다는 AI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빅테크와 모델 성능을 경쟁하기는 어렵다는 판단하에 자사 모델과 타사 모델을 조합해 최적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AI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채택했다. 지난 4일 카카오가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경쟁력을 갖춘 딥시크 모델의 등장으로 AI 모델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AI 서비스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의 AI 서비스 확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트업들도 딥시크의 부상을 위기보다는 기회로 보고 있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회사뿐만 아니라 기존 모델을 활용해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AI 모델 ‘솔라’를 개발한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자체 모델 개발 경험이 있는 기업들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오픈소스인 딥시크 모델을 활용하면 단기간에 기술력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AI 서비스 플랫폼 ‘뤼튼’을 운영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 관계자는 “성능 좋은 모델들이 더 낮은 가격에 출시될 경우 AI 기반 서비스 스타트업들은 시장의 고성능 모델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응용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딥시크의 등장은 AI 개발 경쟁이 단순한 자본 싸움이 아니라 어떻게 효율적인 방식으로 AI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를 안고 있음을 내보였다. 하지만 ‘저비용 고성능’ 모델이 뜬다고 해서 투자 경쟁이 무의미해지는 건 아니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내건 한국은 AI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딥시크 충격 이후 정부 차원에서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을 확보하는 등 R&D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4일 정부는 올해 GPU 1만5000개, 이르면 내년까지 총 3만개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 있는 고성능 GPU는 2000개 정도로 알려졌다.

하 센터장은 딥시크가 각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고성능 AI 모델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프랑스,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AI 3위권 국가들이 모두 달려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에는 이미 1세대 지식형 AI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많지만 GPU 자원이 부족하다”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더 많은 GPU를 확보하고 AI 모델 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Today`s HOT
뮌헨 베르디 시위 중 일어난 차량 돌진 사고..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 '10억 라이징' 캠페인 홍수와 산사태 경보 발령된 미국 캘리포니아 여자 싱글 프리 금메달 주인공, 한국의 김채연
맨유의 전설 데니스 로, 하늘의 별이 되다. 남세균으로 인해 녹색 물이 든 살토 그란데 호수
부처의 가르침 되새기는 날, 태국의 마카부차의 날 대만의 한 백화점에서 벌어진 폭발 사건
행운과 번영을 기원하는 대만 풍등 축제 미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 계획,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 파키스탄 여성의 날 기념 집회 2025 에어로 인디아 쇼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