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법의학 선구자인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4일 별세했다. 향년 99세.
고인은 한국 법의학의 기초를 세운 학자다. 법의학은 의학을 기초로 법률적으로 중요한 사실관계를 연구하고 해석하며 감정하는 학문이다.
1925년 3월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 퍼시픽대학에서 명예 법학박사를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의무관·법의학과장 등을 지냈고 1970년 고려대 의대로 자리를 옮겨 후학을 양성했다.
고인은 법의 병리학을 주로 연구하며 ‘사후 경과 시간을 근육의 pH 곡선으로 측정하는 법’ ‘수중 시체의 입수 장소 판정’ 등 법의학 감정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오늘날 법의학이 널리 알려지는 데도 고인의 역할이 컸다. 그는 1985년 이후 <새튼이> <지상아> <한국의 시체> 등 10여권의 법의 교양서를 냈다. 잘 알려진 명화를 법의학자의 시선으로 본 <명화와 의학의 만남> 등도 저술했다.
1987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 됐으며 함춘대상(2003), 대한민국과학문화상(2008), 서재필의학상(2018)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복선씨, 아들 문태영씨, 딸 혜경·혜숙씨 등이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8일 오전 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