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끝내자’ 지우고 사랑 택한 NFL

김세훈 기자

엔드존 문구에서 4년 만에 제외

대신 ‘사랑을 선택하자’ 내세워

“트럼프 집권 의식한 결정” 분석

과거 슈퍼볼이 열린 경기장 엔드존에 새겨진 인종차별을 끝내자는 문구가 올해는 사라진다. 디애슬레틱 제공

과거 슈퍼볼이 열린 경기장 엔드존에 새겨진 인종차별을 끝내자는 문구가 올해는 사라진다. 디애슬레틱 제공

미국프로풋볼(NFL)이 그간 슈퍼볼 경기장에 내건 ‘인종차별을 끝내자(End Racism)’는 문구를 올해 슈퍼볼에서는 걸지 않기로 했다. NFL은 최근 미국 사회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들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등 정치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슈퍼볼은 10일 뉴올리언스 시저스 슈퍼돔에서 열린다. ‘사랑을 선택하자(Choose Love)’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It Takes All of Us)’라는 문구가 엔드존에 새겨진다. ‘인종차별을 끝내자’는 메시지가 슈퍼볼 경기장에서 제외된 것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NFL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 결정은 최근 리그 고위 관계자들에게 전달됐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한 이후 많은 기업과 기관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관련 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NFL 로저 굿델 커미셔너는 5일 슈퍼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NFL이 다양성을 증진해야 한다고 믿고 있고 앞으로도 다양성 정책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NFL의 결정이 정치적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돔을 찾아 경기를 관람할 것으로 예상된다. NFL이 조금 더 중립적인 문구를 선택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NFL 대변인 브라이언 매카시는 “최근 미국 사회가 겪은 비극적인 사건들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며 지난 1월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 워싱턴 인근에서 벌어진 항공기 충돌 사고 등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사랑을 선택하자’는 문구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NFL은 2018년 ‘변화를 일으키자(Inspire Change)’라는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엔드존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왔다. 2020년부터는 ‘인종차별을 끝내자’ ‘혐오를 멈추자(Stop Hate)’ ‘투표하라(Vote)’ 등의 문구를 게시해왔다.

디애슬레틱은 “이번 슈퍼볼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정치적 함의까지 내포한 경기로 주목받고 있다”며 “NFL이 내세운 새로운 문구 ‘사랑을 선택하자’가 과연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슈퍼볼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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