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는 1~2월 중에 2025학년도 학교 교육 계획을 세운다. 2025학년도에 학생들이 경험해야 할 내용인 교육과정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 학교와 학생들 변화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는 주민 대표성을 높이고, 교육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7년부터 교육감을 지역 주민 직선제로 선출해 왔으며, 광주·전남은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교육부는 2018년 초등교과서에 한자를 ( )안에 넣어 한글과 병기하는 교과서를 편찬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정확한 지침 발표를 하지 않아 지방 교육청에 따라 초등학교에서 2018년 한자교육을 한 곳도 있고, 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교육감과 학교장이 어떤 교육철학을 가졌느냐에 따라 지방 교육과 학교 교육 방향이 달라진다.
과거 전통적으로 한자교육을 하던 학교가 혁신학교로 바뀌고 공모제 교장이 들어서면서 한자교육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러므로 교육청이 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한자교육을 어떻게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지도하고 감독하느냐에 따라 한자교육의 방향이 정해진다. 2025학년도 한자교육은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세우는 1~2월에 교육청과 학교장이 확고한 소신으로 교육과정에 넣어 추진해야 한다. “교사들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하며 한자교육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교장이 교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도 안 된다. 학부모로부터 이임받는 교권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그럼에도 교사들의 눈치나 보며 무사안일하게 지내면서 퇴직날만 기다리는 교장은 백년대계인 교육을 망친다.
글자를 보고 읽지 못하는 사람을 문맹이라 하는데 우리 사회에 한자문맹이 많은 것은 교육의 문제점이다. 설과 추석 명절이면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아가 성묘를 한다. 묘에는 조상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후손이 대학교육까지 받았음에도 비문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요즘에는 흔하다. 한자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이러한 한자문맹을 만든 것이다.
문자를 익히고 암기하는 것은 초등학생 때가 효과적이라고 한다. 한자를 읽고 쓰고 뜻을 익히는 학습은 시중 서점에서 판매하는 한자 독습 교재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학습 방법을 알려주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2009년부터 초등학교에서 학교장 재량 시간에 한자교육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학교장이 당해 학교 교육과정 편성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한자교육을 선택 포함하면 학생들이 한자공부를 할 수 있다.
가정과 학교는 학생이 한자공부를 할 수 있도록 자료 준비를 해주고 학습 방법을 알게 하여 꾸준히 한자공부를 하게 해야 한다. 학교장의 재량으로 한자교육을 하게 되었는데도, 한자교육을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방과 후 수익자 부담으로 일부 학생이 하는 것을 당해 학교의 한자교육이라 말하는 일선 학교가 많다. 광주·전남도 교육청에서는 2025학년도 초등학교 교육과정 편성 지침에 학교장 재량 시간에 한자교육을 우선 선택해서 하도록 지시했다. 따라서 학교장은 학교장 재량 시간에 한자교육을 우선해서 선택해 전교생이 한자에 대해 경험하게 해야 한다.
한자를 모른다는 것은 조상마저 외면하는 후손이 되는 일이다. 족보가 있으나 족보를 읽지 못하는 후손에게 족보는 무용지물이다. 광주·전남에는 광주·전남 교직자들이 편집한 검인정 초등학교 한자교재가 있다. 자녀와 학생이 한자를 못 읽는 것은 교육을 맡은 부모와 학교의 책임이므로 한자문맹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문자 인식도가 빠른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의도적으로 시행해 한자문맹을 구제해야 한다. 학부모는 2025학년도 초등학교 교육 계획에 전교생이 한자교육을 받도록 요구하고, 초등학교는 2025학년도 교육과정에 한자교육을 넣어 체계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정기연 전 영암 신북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