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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운동은 몸에 좋을까

입력 2025.02.05 21:11

수정 2025.02.0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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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왜 운동은 몸에 좋을까

혹시 새해를 맞아 꾸준히 운동하기로 결심하셨는가? 빈정댈 의도는 전혀 없지만, 지금쯤 그 계획은 말짱 도루묵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인 가운데 운동 부족인 사람이 열 명 중 여섯 명이나 된다. 세계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사실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에게 헬스장은 섬뜩한 고문기구들이 늘어선 귀신의 집을 연상케 한다. 러닝머신부터가 19세기 영국에서 죄수에게 중노동을 시키기 위한 징벌도구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운동은 고역이라는 직감이 별로 틀리진 않은 셈이다.

운동은 끔찍하다는 우리의 속마음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의사들은 입을 모아 권고한다. “운동을 하셔야 병치레 없이 오래 건강하게 삽니다. 운동하세요!”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어느새 우리는 운동을 꼭 할 필요는 없다는 핑곗거리를 찾기 바쁘다. 사람 몸도 결국 물질로 되어 있는데, 너무 쓰면 닳고 해어져서 탈이 나지 않을까? 하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몸은 일회용 건전지와 같아서 운동하면 할수록 일찍 죽는다’는 특이한 믿음을 고수하기에 골프 말고는 운동을 아예 안 한다고 한다.

이처럼 운동이라면 질색하는 우리의 태도는 자연스럽고 정상이다. 하버드대의 진화인류학자 대니얼 리버먼이 신작 <운동하는 사피엔스>에서 펼치는 핵심 주장이다. 인간은 운동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즉 인간은 불필요한 신체활동을 최대한 피하게끔 진화했다. 어째서 그럴까?

약 700만년 전에 기후변화로 말미암아 사바나 초원으로 갑자기 내몰린 인류의 조상은 수렵과 채집을 함께하는 값비싼 에너지 전략을 진화시켰다. 현존하는 수렵 채집 사회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류의 조상은 장거리를 걷고, 땅을 파고, 달리기를 하고, 음식을 가공하고, 때로는 서로 싸우느라 매일 침팬지보다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해야 했다. 덕분에 더 많은 열량을 벌어서 침팬지보다 두 배 더 많은 자식을 낳을 수 있었다. 곧, 인간은 침팬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고 쓰도록 진화했다. 주머니에서 빠져나갈 돈의 총액이 원체 많을 때는 수중의 한 푼 한 푼이 더없이 아깝고 귀한 법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다른 어느 동물보다도 귀중한 열량을 쓸데없는 일에 낭비하는 짓을 꺼리도록 진화했다고 리버먼은 역설한다.

이 책은 내 오랜 궁금증 중에 하나를 풀어주었다. 왜 운동은 우리가 더 건강히 더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될까? 장수와 건강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운동이 복부지방, 당, 콜레스테롤, 활성산소 등 체내에서 노화를 일으키는 여러 주범을 체포해서 갱생의 길로 인도함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운동이 노화와 싸우는 ‘방식’을 알려줄 뿐, 그 ‘이유’를 알려주진 않는다. 트럼프의 ‘일회성 건전지 이론’은 물론 명백한 헛소리다. 하지만 강도 높은 신체 활동이 우리 몸을 망가뜨리기는커녕 오히려 큰 이득을 주는 진화적 이유는 무엇일까?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는 개체의 생존 그 자체는 신경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번식이다. 생존은 번식 가능성을 높일 때에만 제한적으로 의미가 있다. 다행히 인류는 노년이 되어서도 걷기, 달리기, 땅파기, 기어오르기 같은 고된 일을 계속함으로써 손주들이 잘 자라나도록 도왔기 때문에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늘리는 유전자가 자연 선택되었다. 신체 활동을 오래 할 수 있도록 장수가 진화한 것이다.

아득한 옛날에는 중년과 노년층이 현역에서 은퇴해 두 발 뻗고 푹 쉴 기회가 전혀 없었음을 유념하시라. 신체활동이 스트레스를 줄 때에만, 그에 반응해 우리 몸을 뚝딱뚝딱 고치고 유지하는 기제가 비로소 활성화되도록 진화가 이루어졌다. 헬스장에서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 우리 몸은 자잘한 손상을 입는다. 이때 출동하는 보수 및 유지 기제는 손상을 고침은 물론 내친김에 몸 구석구석 말끔히 고치고 다듬는다. 마치 물을 엎질러 방바닥을 닦다 보니 바닥 전체가 다 깨끗해지듯이 말이다.

알약을 하나 삼키면 우리 몸의 보수 및 유지 기제가 제꺼덕 출동해서 누구나 수십년 더 건강히 산다면 참 좋을 텐데! 아쉽지만 그러한 삶의 영약은 없다. 아니, 있다. 게다가 공짜다. 리버먼의 조언을 따르면 된다. “운동을 재미있거나 필요한 일로 만들어라. 주로 유산소 운동을 하되, 웨이트도 병행하라. 조금이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 나이 들어서도 계속 운동하라.”

내 경우, 최고의 만병통치약을 내 몸 안에 일깨운다고 생각하니 헬스장 가는 길이 즐거워졌다. 리버먼의 책을 읽고 건강과 장수를 누리길 바란다.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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