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시인
[임의진의 시골편지]슬픈 노래 찾기

엄마가 딸 무덤에 찾아가는데 어딘지 몰라 한참 헤매는 꿈. 뜬금없이 그런 꿈을 꿨어. 깬 김에 난로에 장작개비를 몇개 던져넣고, 외등을 켜 밖을 내다보니 수북하게 눈이 내려. 입춘이라더니 무슨 눈이 이리 자주 오고, 또 많이 오나.

딸 무덤을 몰라 헤매는 일이 실제 있었다. 가수 박성신은 노래 ‘한 번만 더’의 원곡 주인공. 노래가 좋아 리메이크도 수차례. 그녀의 엄마는 흘러간 옛 가수 박재란씨다. ‘산 너머 남촌에는’ ‘럭키모닝’ ‘밀짚모자 목장아가씨’ ‘진주조개잡이’ 등 히트곡이 다수. 그 엄마의 그 딸이라. 대학가요제 출신인 데다 1집으로 대박이 난 딸 박성신. 그러나 어쩌다가 일찍 죽고 마는데, 이차저차 소원한 사이가 된 모녀. 세월이 가고 엄마 박재란이 딸의 무덤을 물어물어 찾는 과정이 방송에 나왔는데, 보는 이들의 맘을 아리게 만들었지.

“멀어지는 나의 뒷모습을 보면은 떨어지는 눈물 참을 수가 없다고, 그냥 돌아서서 외면하는 그대의 초라한 어깨가 슬퍼. 이젠 다시 볼 수 없을 거란 인사에 나의 눈에 고인 눈물방울 흐르고, 그대 돌아서서 외면하고 있지만 흐르는 눈물은 알아…”

정신건강을 위하여 기쁜 노래를 찾아 들어도 모자랄 판에 자꾸 슬픈 노래가 담긴 음반을 꺼내 듣게 된다. 재밌고 즐거운 노래도 좋으나 구슬픈 노래가 오히려 아픈 사람들을 치유한다는 ‘심리학적 가설’도 있다. 가수 박성신은 노래처럼 초라한 어깨가 슬프지만, 그녀의 노래는 나 같은 광팬들이 있어 영원히 애정하리라. 1집 이후 교회용 노래들을 부르기도 했는데, 1집이 젤 낫다. 가수들이 종교에 깊이 함몰되는 일은 아쉽다. ‘내란 찬송’도 마찬가지. 사격을 잘한대서 하늘에다가 총을 쏘지는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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