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량 비타민을 투여하는 ‘비타민 주사’가 일부 암 환자에게는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암의 진행을 억제시킬 수 있다고 알려진 비타민D가 일부 암 환자에서는 오히려 생존율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연구팀은 담도암 환자들의 혈중 비타민D 수치와 생존율에 관해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캔서 메디신(Cancer Medicine)’에 게재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진은 2차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진행성 담도암 환자 173명의 성별 및 체질량지수(BMI) 같은 환자 특성에 따라 혈중 25-하이드록시 비타민D 수치와 생존율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여성 담도암 환자들은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도가 15% 정도 증가해 오히려 생존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도 역시 함께 올랐다. 사망 위험도 그래프는 우상향하는 뚜렷한 양상이 관찰됐다. 반면 남성 환자군에서는 혈중 비타민D 수치와 사망 위험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성별에 관계없이 체질량지수(BMI)가 18.5 미만으로 낮으면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도가 51%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D가 암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기존의 인식과 이번 연구 결과가 상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암종에 따른 생물학적 특성 차이 및 성호르몬과의 상호작용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기존의 연구는 주로 대장암이나 유방암에 대한 비타민D의 예방 및 치료적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간에서 생성된 담즙이 담낭으로 이동하는 통로에 생기는 담도암은 생물학적 특성과 진행 양상이 다른 희귀암이어서 담도암 세포에선 비타민D 대사 관련 유전자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과 비타민D의 상호작용이 영향을 미쳐 여성 담도암 환자의 예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비타민D 수치가 과도하게 높으면 오히려 염증 반응이나 세포 독성을 유발하기 쉽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비타민D는 적정 수준일 때 암 예방 및 치료 효과를 발휘하지만 지나칠 경우 암세포 성장을 억제시키지 못하게 방해하거나 주변 조직의 미세환경을 변화시켜 암 진행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있다. 고용량의 비타민을 투여하는 ‘비타민 주사’에 대한 암 환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연구진은 이 연구가 암종·성별 등에 따른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 확인할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유창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담도암 환자의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성별 및 BMI와 같은 환자 특성에 따라 분석한 첫 사례로, 상당수의 암 환자들이 맹신하는 비타민D에 대해 주의해야 할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비타민D가 담도암에서 어떤 생물학적 역할을 하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