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총 5배라던 ‘대왕고래 프로젝트’…어두워진 앞날

김경학 기자

산업부 고위관계자 “삼성 시총 5배라는 비유…의도치 않았지만 죄송”

지난해 12월19일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가 대왕구조 탐사시추를 위해 동해에서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지난해 12월19일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가 대왕구조 탐사시추를 위해 동해에서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고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동해 심해 유전 개발 프로젝트 1차공 ‘대왕고래’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의 브리핑과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밝힌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 발언 등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6월3일)1차 발표는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정무적인 영향이 많이 개입되는 과정에서 장관님께서 비유를 든 것이 많이 부각됐는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된 데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3일 오전 10시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최대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고 발표했다.

안 장관은 이어진 질의응답 중 경제적 가치를 묻는 취재진 질의에서 “너무 과한 기대감을 부를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배럴로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총의 5배 정도”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긴급 브리핑, 국내 최대 시총 기업 삼성전자를 언급한 안 장관의 발언 등이 주목받으며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급격히 확대됐다.

그러나 1차 탐사시추 결과, 정부와 석유공사가 밝힌 동해 심해 7개 유망 구조 중 가장 잠재자원량 규모가 컸던 대왕고래는 탄화수소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6개 유망 구조에서 석유가 나오더라도 윤 대통령이나 안 장관이 언급한 규모보다는 크게 작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1차 탐사시추는 실패했지만, 시추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나머지 유망 구조 시추를 이어갈 방침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첫 번째 케이스(탐사시추)에서 성공할 확률은 진짜 로또 맞을 확률보다 작을 텐데 (논란이 됐던)여러 가지 정무적인 이유로 많은 부담을 안고 진행했다”며 “국내에 가스전이 있게 된다면 자원 안보뿐 아니라 무역수지나 재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많은 재원이 투입되고 리스크가 있어 무조건 추진한다고 말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해외 주요 기업들의 투자 유치로 (가능성이)입증된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투자 유치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차 탐사시추에서 채취한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가 이르면 5~6월쯤 나와봐야 확실하겠지만, 대왕고래의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전체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2차 탐사시추부터는 예비타당성 조사도 거칠 계획으로, 예산 확보는 더 쉽지 않아 보인다. 해외 투자 유치 절차는 다음달부터 시작할 예정이지만, 해외 자원개발 기업도 정밀 분석 결과가 나오는 여름 이후 투자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정부의 사과와 검증을 요구했다. 이들은 “최대 140억배럴, 최소 35억배럴이라던 윤석열의 허풍은 어디로 갔는가, 안 장관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운운하며 윤석열 맞장구에만 열중했다”며 정권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허풍과 왜곡, 거짓말이 동원되었는지 철저히 조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과 소통하고 국회의 감사권과 예산심의권을 존중하며 국책사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도 입장문을 통해 프로젝트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산중위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과 정부의 불통과 무능, 협작은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한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며 “국회가 요구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간 경과 및 시추 추진의 과학적 근거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정부는 국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 국책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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