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항.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확실성 확대로 한국의 국가신용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했다. 다만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7%로 낮췄다.
피치는 6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 계엄·탄핵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피치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앞으로 수 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면서도 “경제와 국가 시스템에 실질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피치는 2012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뒤 계속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피치는 다만 “정치적 교착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정책 결정의 효율성과 경제 성과, 재정 건전성 등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피치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1.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2.0%)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치다. 피치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 위축, 미국 신 정부의 보편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2026년부터는 소비 및 설비·건설 투자의 개선에 힘입어 성장률이 2.1%로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피치는 재정수입 회복과 지출통제 노력에 힘입어 올해 재정수지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치 상황에 따라 향후 재정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고령화 지출 등으로 정부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신용등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피치는 북한 리스크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피치는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 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며 “최근 북·러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완화됨에 따라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한국 경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이번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불안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