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첫 생태법인 법안 발의…‘조업 우려’에 입법 과정 난관

박미라 기자

자연에 법인격 부여…법 통과 땐 ‘제주남방큰돌고래’ 1호

뉴질랜드 등 법적 인정…국내에선 법체계 없어 논란 예상

남방큰돌고래. 해양수산부 제공

남방큰돌고래. 해양수산부 제공

제주에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생물종, 자연환경을 ‘생태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지역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첫 대상은 국제보호종인 제주남방큰돌고래가 된다. 다만 자연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은 국내 첫 시도인 만큼 입법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제주도지사는 특정 생물종, 생태계, 자연환경 등을 생태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생태법인 지정 또는 해제를 위해서는 도의회의 심의를 거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정 기준, 절차 등 구체적인 내용은 도 조례로 정한다.

생태법인으로 지정되면 동물, 식물 등은 법적 권리를 갖게 된다. 법 개정안에 포함된 서식지와 생태계 보전·보호 요구권, 환경 침해로 인한 피해에 대한 구제 요청권, 복원 및 보존을 위한 조치 요구권, 개발 제한 요구권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적인 권리와 의무 행사는 후견인인 생태법인지원위원회가 한다. 위원회는 10명 이내의 지역 주민과 생태전문가, 환경단체 대표, 공무원 등으로 구성되며 생태법인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고 대변한다. 생태법인의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 법적·행정적 대응도 할 수 있다.

개정안에는 생태법인 지정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은 지역 또는 개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제주도 역시 2023년부터 워킹그룹 운영, 토론회 개최 등으로 제주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안을 논의했고, 생태법인 제도 도입에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제주주민자치연대 등 지역 환경·시민단체도 “생태법인 제도 도입은 기후위기 시대에 자연을 독립적인 이해당사자로 인정하고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새로운 환경 정책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해외에서는 뉴질랜드의 환가누이강, 스페인의 마르 메노르 석호, 파나마의 특정 생물종인 바다거북이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다.

반면 인간이 아닌 자연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자연의 권리 인정은 기존 국내 법체계에는 없는 새로운 권리라는 점에서 법안 논의 과정에서 여러가지 의견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업 활동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일부 어업인도 있다.

제주남방큰돌고래는 남방큰돌고래 중에서도 제주 연안에 터를 잡고 평생 서식하는 돌고래다. 최근 해양 오염과 무분별한 해안 개발, 선박관광 등으로 서식 환경이 악화되면서 개체수가 줄고 있다. 현재 100여마리만 관찰되고 있다. ‘태산이’와 ‘복순이’ 등은 불법 포획돼 수족관에서 고통받다가 다시 고향인 제주바다로 방류됐다.

위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행안위에 회부된 상태로 아직 논의 시작은 안 됐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혹시라도 생길 어업인 피해에 대한 보상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기 위한 용역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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