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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왕은 평소 ‘금관’ 썼을까…문화유산에 숨은 이야기 탐험

입력 2025.02.06 21:02

수정 2025.02.0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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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신라 왕은 평소 ‘금관’ 썼을까…문화유산에 숨은 이야기 탐험

발굴과 발견
도재기 지음 | 눌와 | 364쪽 | 2만4000원

신라를 다룬 사극을 보면 왕은 언제나 금관을 쓴다. ‘出’ 모양과 사슴뿔 모양의 틀, 금실에 매달린 옥으로 장식한 금관의 독창적 조형미 때문일 것이다. 신라 금관은 해외로부터 전시 출품 요청을 많이 받는 대표적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신라 왕이 금관을 썼을까. 연구가 진행될수록 금관은 왕이 국정 수행 중 실제 쓴 것이 아니라 장례용품일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판이 너무 얇아 구조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장식물이 많아 머리를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라 왕이 실제 왕관을 썼다면 머리를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일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 해마다 물에 잠겨 그림이 지워지는 등 보존 상태가 나빠졌다. 국가유산청 제공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 해마다 물에 잠겨 그림이 지워지는 등 보존 상태가 나빠졌다. 국가유산청 제공

1971년 12월25일 동국대박물관 불교유적 조사단은 울산 울주군 주민들에게 제보를 받았다. 조사단의 불교유적 조사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주민들이 “저 아래 바위 절벽에 호랑이 같은 이상한 그림이 있다”고 알려준 것이다. 배를 타고 대곡천을 건너 절벽 아래로 가니 성기를 노출한 채 춤추는 사람, 바다거북이, 고래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 수천년에 걸쳐 새겨진 바위그림이 발견된 순간이었다. 인류의 고래사냥 시점을 신석기시대까지 끌어올린 이 기념비적 유물은 1965년 건설된 하류의 사연댐 때문에 해마다 5~6개월 물에 잠겨왔다. 이후 반구대 암각화는 국보임에도 훼손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비운의 문화유산’이 됐다.

<발굴과 발견>은 한국의 대표적인 유물과 유적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경향신문에서 20여년간 문화유산·미술 현장을 취재해온 베테랑 언론인이다. 문화유산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저널리스트의 시선에서 알기 쉽게 전한다. 학계의 최신 연구성과를 대중이 접하기 좋게 가공하고, 이것이 가진 의미를 세계적·사회적 맥락에 접목하는 시선은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풍납토성은 한국 고고학계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백제사 670여년 중 500년 가깝게 도읍이었던 이곳은 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촌이 들어선 자리이기도 하다. 문화유산을 보호·관리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입장과 재산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민의 입장이 수십년간 충돌해온 현장이다. 궁예의 태봉국 철원성 위치는 정확히 비무장지대의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사이다. 군사분계선이 성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어, 이를 발굴하려면 남과 북이 의견을 모아야 한다.

지난해 기준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유산은 24만6000여점이다. 대중의 정서는 이를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반출 과정의 불법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데다, 환수에 도움이 될 만큼 실효성 있는 국제 규약도 없다. 한국뿐 아니라 이집트, 그리스 등도 마찬가지 처지다. 최근에는 불가능한 환수를 노리기보다는 현지에서의 활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어디에 어떤 한국 유물이 있는지 눈을 밝혀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유물이 현대의 미적 감각으로 재발견되는 사례도 흥미롭다. 달항아리는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전반 나타났다가 느닷없이 사라졌다. 달항아리가 재평가돼 국내외 소설가, 화가, 디자이너에게 ‘한국 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도 비교적 최근에 이뤄진 일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사유의 방’은 유물들이 “예술작품으로서의 엄청난 힘을 지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삼국시대에 조성된 금동반가사유상 2점을 공들인 큐레이션으로 나란히 전시함으로써, 유리 벽 뒤에 갇혔던 중세 유물은 현대인의 감수성을 풍부하게 일깨우는 진정한 걸작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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