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대학…이번엔 마이너리그
허일 클리블랜드 타격 코치

허일 코치가 아주사퍼시픽 대학교 타격 코치 시절 쑥스러워하며 웃고 있다. 허일 제공
미국행 결심한 그날부터 꿈꿔온 순간이 현실로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속 선수의 성장 도울 것
지난해 2월, 허일 코치에게 목표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몇년 안에 이루고 싶은 꿈을 적어둔 게 있다. 더블A, 트리플A 등을 거쳐서 몇년 뒤에는 메이저리그 타격 코치가 되고 싶다는 계획을 짜 놓았다.”
당시 허 코치는 미국 아주사퍼시픽 대학교의 코치였다. 1년 만에 허 코치는 꿈을 향해 한 단계 나아갔다.
허 코치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감사하게도 클리블랜드의 마이너리그 타격 코치로 합류하게 되었다. 미국행을 결심한 그날부터 매일 밤 꿈꿔왔던 순간이 현실이 되었다”고 소식을 알렸다.
허 코치는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2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019년 71경기를 뛰면서 자리를 잡는 듯했으나 2020시즌을 마치고 방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허 코치는 2021년 6월 미국으로 향했다. 롯데 배터리 코치였던 행크 콩거 미네소타 코치의 도움으로 고교 야구 코치 기회가 왔고 이후 대학 야구 코치를 거쳐 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 코치가 됐다.
허 코치는 전화 통화에서 “2023년 가을에 처음으로 면접을 봤다. 그때도 오퍼를 받았는데 아직 갈 준비가 안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대신 초청 코치로 유망주의 타격을 보는 일을 했다”며 “이번에 오퍼가 들어왔을 때에는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스몰마켓’ 구단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육성 시스템이 잘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타격 코치로 일하게 된다면 이 팀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몸 담고 있던 아주사퍼시픽 대학교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다. 허 코치는 “지금 대학 리그가 개막하려는데 나와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도 감독님이랑 코치들, 선수들도 ‘잘된 일’이라며 모두 축하해줬다. ‘네가 여기 온 이유가 드디어 성과로 나타나 우리도 기분 좋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허 코치는 이제 클리블랜드 스프링캠프 훈련장으로 출근한다.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훈련장에 가면 TV 중계로만 봤던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종종 본다. 보 네일러도 있고 KBO리그 삼성에서 뛰었던 벤 라이블리도 만났다.
스티븐 보그트 클리블랜드 감독 등 메이저리그 코칭스태프와도 함께 코치실에서 대화를 나눈다. 허 코치는 “감독님이 ‘언제 미국에 왔느냐’며 말을 걸었다. 보그트 감독이 내가 속했던 아주사퍼시픽 대학 출신이다. 현재 대학 감독과 동료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보그트 감독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감독’으로 뽑혔다.
코칭스태프끼리의 미팅이 잦기 때문에 보그트 감독과도 대화할 기회가 많다. 클리블랜드의 고유문화다. 허 코치는 “하루에 미팅이 3~4번씩 있다. 크리스 안토넬리 사장, 마이크 션오프 단장 등과도 줌 미팅을 거의 매일 한다. 어떻게 선수를 육성하고 시즌을 준비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나는 아직도 ‘굿모닝, 크리스’라고 인사하는 게 적응이 안 된다”며 웃었다.
허 코치는 “어떻게 코칭하는 게 좋은 방법인가에 대해 내 사수와 이야기했는데 결론은 ‘좋은 방법은 없다’는 것이었다. 잘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으니 가능한 모든 방법을 이용해보자고 했다. 서로에게 끊임없이 물음표를 만들어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코치로서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