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진한 음식 향기에 이끌려 고개를 돌려보니 분식집 앞 꼬치 어묵들이 뜨거운 육수에 몸을 담그고 있습니다. 아마도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깊게 우린 듯 먹어보지 않아도 감칠맛이 느껴질 정도로 깊은 향을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무를 비롯해 각종 채소가 더해지면서 시원한 맛도 내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참지 못하고 어느새 어묵 꼬치 몇 개를 시원한 국물과 함께 해치워버렸습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어묵은 기원전 3세기경 중국의 진시황 시절에 처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진시황은 생선 요리를 좋아했으나 가시는 몹시 싫어해서, 요리를 먹다가 가시가 나오면 요리사를 바로 처형했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입니다. 그래서 개발된 메뉴가 바로 생선살만 발라내어 둥글게 반죽한 어묵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탕의 형태로 끓여내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이 어묵을 어환(魚丸)이라 부릅니다.
이 요리가 일본으로 전래되어 초기에는 굽거나 찌는 형태의 가마보코로 발전하다가, 기름 생산이 급격히 증가한 17세기 이후에는 오늘날의 기본 형태인 튀기는 가마보코로 자리매김했다고 합니다. 가마보코는 생선살을 다지고 여기에 소금 등으로 양념을 한 후 형태를 잘 유지시키기 위해 밀가루나 전분을 섞어 반죽해 만듭니다. 조선시대에도 생선살로 만든 완자와 같은 비슷한 요리가 있기는 했지만, 오늘날 우리가 주로 먹는 어묵은 일본의 가마보코에서 유래했습니다. 다만 첨가되는 밀가루의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조금 더 쫄깃한 식감을 강조한 것이죠.
어묵은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습니다. 살만 발라놓아 손쉽게 생선 맛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굽거나 튀기는 과정에서 풍부한 맛과 향까지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으뜸은 감칠맛이 아닐까 합니다.
넓은 바다를 끊임없이 헤엄쳐야만 하는 생선은 근육이 매우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 근육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은 ATP라는 물질인데, 생선이 죽으면 그 용도가 없어진 ATP가 분해되면서 이노신산이라는 물질로 변환됩니다. 그리고 이 이노신산은 감칠맛의 대표적인 성분이기도 합니다. 생선을 어묵으로 만들려면 찌거나 튀기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이노신산의 생성이 더 활발해진다고 합니다.
한편 이 어묵을 탕으로 요리하게 되면 감칠맛이 한층 더 강해지는데, 그 비결은 육수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들에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시마와 멸치가 있는데, 멸치는 생선류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노신산이 풍부하고, 다시마에는 글루탐산이라는 또 다른 감칠맛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어묵탕은 그야말로 감칠맛 성분들의 집합소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죠.
비단 감칠맛 성분들의 양이 많아서 어묵탕이 더 맛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 최초로 감칠맛 조미료를 생산한 일본 아지노모토사의 연구에 따르면 글루탐산과 이노신산은 각각 단독으로 사용할 때보다 혼합할 때 감칠맛이 8배 더 강해진다고 합니다. 이를 감칠맛 상승효과라고도 하는데, 생선보다는 어묵이, 어묵보다는 어묵탕이 더 감칠맛 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