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새만큼 비유되는 동물이 있을까. 시인 정지용은 ‘유리창’에서 요절한 자식을 그리며,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라고 읊는다. 육신을 벗은 영혼을 영원한 천국으로 실어나르는 새는 신의 심부름꾼과도 같다. 또한 그들은 인간의 열망처럼 무한한 자유를 향해 비상을 한다. 그러면서도 날아간 흔적이 없다. 욕망을 초월한 자의 모습이다. 과연 우린 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들은 가벼운 몸으로 수백 수천 리를 날아간다. 태어날 때부터 몸에는 자동항법장치를 내재하고, 대기구조, 풍향과 풍속, 자기장, 별의 위치를 이용한다. 새들을 모방한 비행기는 자유자재한 그들의 비행술에 비하면 초보에 불과하다. 인간보다 더 오랜 생명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는 그들이야말로 지구의 원주민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들을 유해한 동물로 취급하고 박해한다.
세계적으로 항공기와 조류충돌의 약 99%는 공항반경 13㎞ 안에서 발생한다. 무안공항은 반경 1㎞ 이내에 습지보호구역인 무안갯벌이, 8㎞ 이내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신안갯벌이 있다. 그곳에 머무는 겨울 철새가 전체 조류의 절반이지만, 겨울 조사는 아예 없었다. 고작 9일 조사로 공항 건설을 허가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철새인 가창오리와 부딪친 뒤 5분도 안 돼 일어났다.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서 초안(2024년)에 따르면, 계획지구 13㎞와 주변에서 확인된 조류는 총 56과 315종, 그중에 법정보호종은 총 59종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계획지구에서 조류충돌위험도가 무안공항보다 최대 650배가 높다고 한다. 그럼에도 신공항을 승인한 정부는 올해 착공하고 2028년에 완공하겠다고 한다. 영화 <수라>에서 보듯 아름다운 비행을 하는 수십만마리 새들의 서식지인 새만금은 국제민간항공기구의 야생동물 위험 관리계획에 따른 엄격한 규정들을 적용하면, 공항 건설에는 부적합한 지역이다.
한반도의 연안습지는 지구의 남북으로 오가는 철새들의 도래지이다. 곳곳에 추진 중인 신규 공항 10곳 대부분은 조류 충돌에 취약하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임에도 왜 새로운 공항을 짓는지 모르겠다. 국내 15개 공항 중 인천국제공항 등 4곳을 제외한 11개 공항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자체는 눈먼 정부 예산에만 눈을 밝힌다. 새만금신공항도 지역인구 감소하는 상황에서 뜬금없는 일이다. 신공항 예정지 옆엔 미군 관할의 군산공항이 있다. 시민들은 이곳과 연계되어 미군의 대중국 기지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짓고 난 뒤 179명의 비명횡사가 되풀이되어도 책임지는 자는 여전히 없을 것이다. 그 주범들은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 기업과 국가다. 쉴 시간도 없이 가동한 제주항공은 정비불량과 운영 문제로 항공사 중 가장 많은 벌금을 내면서도 사업 확장만 꾀했다. 안전보다 돈을 내세운 비정한 자본의 생리다. 무안공항에서 50㎞만 가면 광주공항이 있다. 시민들은 “이게 실화냐”며 황당해한다. 지구는 항공기와 자동차에서 내뿜는 매연으로 황폐화되고, 거주불능의 행성으로 변하고 있다. 과연 이 나라의 위정자들과 공무원들은 양심이 있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거덜 나고 있는 지구를 물려주고도 부끄럽지 않을 것인가.
아름답던 어촌을 파괴하고 어민들을 몰아낸 새만금은 지금도 존재 이유를 모른다. 한국조류학회는 2001년 성명서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에 의한 갯벌 파괴는 생물다양성과 철새 서식지 파괴로 이어지고, 희귀야생동식물 보호를 위한 문화재보호법·자연환경보전법·습지보전법은 물론 국제 간 이동 철새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국제철새보호협약 위반 행위라 주장했다. 위기의 지구를 구하는 길은 결국 자연 복원 외엔 없다. 최근 천연기념물 흑두루미의 서식지 보존에 노력하는 순천시처럼 생태환경을 부활시켜야 한다. 생태계 파괴와 조류충돌 위험을 주장한 시민들은 몇 년 전 프랑스의 낭트와 영국의 템스강 신공항 건설을 무산시켰다. 하늘을 떠도는 무안공항 희생자들의 영혼을 진정으로 위로한다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새만금신공항 계획을 철폐해야 한다.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