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미슨 그리어. 킹앤스폴딩 제공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USTR) 지명자가 6일 한국 등의 온라인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움직임에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구글 등 거대플랫폼기업을 규제하는 플랫폼법 추진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그리어 지명자는 이날 상원 재무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한 유럽연합(EU)과 한국 등의 규제조치에 맞설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내용의 질문을 받고 “나는 우리가 다시 그렇게 해야한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분야는) 미국이 매우 경쟁력있는 분야며 나는 우리가 그렇게(외국의 미국 플랫폼 기업 규제에 맞서는 것) 할 것이라고 이해한다”고 했다.
그리어 지명자는 “우리 기업에 대한 규제를 EU나 브라질 등 다른 나라에 맡겨서는 안 된다”면서 “그들은 우리를 차별할 수 없다. 그것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미 상의)는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 추진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중국 기업은 제외하고 미국 기업만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별도의 법 제정 대신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거대플랫폼을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가 낸 안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과 애플·구글·메타 등 미국 주요 기술기업이 규제 대상이 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별도의 법을 제정해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그리어 지명자의 발언은 향후 우리나라가 플랫폼 규제를 추진할 시 강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이미 일본·EU 등에서 플랫폼 규제를 하고 있는 만큼 통상적인 수준의 규제 방침은 문제 삼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리어 지명자는 디지털서비스세 부과를 검토하는 유럽을 대상으로는 ‘무역법 301조’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무역에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한 차별적 관행에 대해 대응할 권한을 미국 정부에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 기업의 불이익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보복성 관세 등을 부과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1기 정부 때도 프랑스가 구글 등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세를 부과하려 하자 프랑스산 와인과 치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해 디지털세 적용 유예를 이끌어낸 바 있다.
정부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당초 정부 내에서는 미국 빅테크 기업 규제에 적극적인 트럼프 행정부가 플랫폼법을 별 문제삼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경쟁당국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앤드루 퍼거슨이 지명되는 등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
국내 여건도 녹록치 않다. 12·3 비상계엄 후 탄핵 국면으로 트럼프 취임 전 플랫폼 규제 이슈를 마무리 짓겠다는 당국 구상도 차질이 빚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달 말 전체회의를 열고 온라인플랫폼법 등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