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케이프타운 시청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 등 미 정부 고위 인사들의 비난 ‘십자포화’를 맞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우리는 괴롭힘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오후 케이프타운 시청에서 한 연례 국정연설(SONA)에서 “우리는 민족주의와 보호주의의 부상, 편협한 이익 추구, 공동 대의의 쇠퇴를 목격하고 있다. 이것이 개발도상국으로서 남아공이 헤쳐 나가야 할 세계”라면서 “하지만 겁먹지 않고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회복력이 강한 민족이며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고위 인사들이 남아공의 토지 수용 정책 등을 거듭 비난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라마포사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등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국익과 주권, 입헌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한목소리로 말할 것”이라며 “남아공 국민으로서 우리는 평화와 정의, 평등과 연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앞서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달 개인의 토지를 ‘공익 목적으로’ 보상 없이 수용할 수 있게 하는 법에 서명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잔재 청산의 일환이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특정 계층을 매우 나쁘게 대우하는 토지 몰수’라고 비판하면서 상황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남아공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머스크를 비롯한 미 고위 인사들의 비난도 이어졌다. 남아공 정부 설명에 따르면 토지 수용은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거나 버려진 땅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고 소유주와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무상 수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머스크는 지난 3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남아공 정부가 “대놓고 인종차별적인 소유권 법을 뒀다”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남아공 태생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오는 20~21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전날 밝히며 불참 이유로 남아공 정부의 토지 수용 정책과 회의 의제를 거론했다.
루비오 장관은 의장국 남아공이 올해 G20 정상회의 주제로 선정한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이 ‘백인과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반대하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장려한다고 주장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세계 각국의 협력과 파트너십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연대, 평등,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다”며 “인권, 평화, 우호 증진, 공정한 무역 등이 올해 G20 의장국을 이끄는 원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