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고령자를 위한 장기민간임대주택 ‘실버 스테이’ 사업이 조만간 첫 발을 뗀다. 정부는 경기 구리갈매역세권을 첫 시범사업지로 선정하고 다음달 중 사업계획서를 제출받기로 했다. 기업들은 사업성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20년 후 분양 전환을 통해 수익을 내야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건설 경기 침체 속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지난 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남부지역본부에서 실버스테이 사업자 공모 설명회가 열렸다. 심윤지 기자
지난 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오리사옥 3층. 200석 규모 회의장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득 찼다. 국토교통부가 실버스테이 사업에 관심 있는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연 설명회를 듣기 위해서다. LH에 따르면 이날 설명회엔 삼성물산, GS건설 같은 대형 건설사부터 중견·중소 건설사, 신탁사, 증권사 등 89개사가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공모 개시 이후 정식으로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은 27개사에 달한다.
실버스테이는 만 60세 이상 중산층 고령자가 2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기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과 달리, 식사와 생활지원(청소·세탁), 응급지원(안부 확인) 같은 서비스가 제공된다. 미끄럼 방지 바닥이나 무단차 설계같은 고령자 친화적 설계도 갖춰야 한다. 초기 임대료는 인근 실버주택 시세의 95%로 제한되고, 5% 증액 상한 규제도 적용된다. 대신 서비스 비용은 임대료에 포함되지 않으며,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정부가 실버스테이를 도입한 건 고령화 시대에 중산층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주거 복지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기존 주거 복지가 집 없는 저소득 노인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수혜 계층이 지나치게 한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이기봉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관은 이날 설명회에서 “노인복지주택이 노인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뼈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고령자를 위한 주택을 늘리는데 정부는 누구보다 진심이다”고 말했다.
관건은 기업들이 국토부의 이러한 ‘진심’에 얼마나 호응하느냐다. 정부는 실버스테이 공모에 참여한 기업들에게 주택도시기금 출자와 취득세·재산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등 세제혜택을 약속했다. 하지만 조건을 자세히 따져볼수록 손익 계산은 복잡해진다. 실버스테이는 기존 공공지원민간임대보다 임대료를 더 많이 올릴 수 있지만, 의무 임대 기간이 10년 이상 더 길다. 또한 고령자 요양 및 식사를 제공해 줄 위탁사를 고용해야 하는 비용도 사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설명회에서도 사업성에 대한 질문이 주로 나왔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정부가 기금 출자 최저조건으로 내건 수익률(6%)은 20년 뒤 분양 전환을 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며 “분양 전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임대 기간에도 일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고령자 대상 주택은 서비스 운영에 대한 부담이 큰데, 이를 기금과 분담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사업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지만, 기업들의 관심은 예상보다 뜨겁다. 건설경기 침체에 저출생·고령화까지 겹친 만큼 ‘미래 먹거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서다.
사전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증권사 관계자는 “사업성 확보가 녹록지는 않지만 시니어 주택 사업의 장래성을 보고 도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규모 건설사 대표도 “구리 갈매역세권 사업을 추진하기엔 회사 규모가 작아 이번 공모에는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라면서도 “시니어 주택이 새로운 업계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있어 동향 파악 차 설명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