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국회의장(왼쪽)이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접견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올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하얼빈 타이양다오호텔에서 동계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하얼빈을 방문한 우 의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시 주석이 한국 고위급 인사와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의장이 중국 국가주석과 단독 회담을 가진 것은 2014년 12월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이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난 이후 약 11년 만이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당초 15분가량으로 예정됐던 이날 회담은 계획보다 길어진 40여분간 진행됐다.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은 “수교 30여년 동안 양국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한 가운데 동북아 평화에도 기여해왔다”면서 “현재 국제·역내 정세에 불확실성 요소가 많지만 앞으로 양국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우 의장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해 달라고 요청하자 “APEC 정상회의에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것은 관례”라며 “관련 부처와 논의하고 있으며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한국의 계엄·탄핵 정국과 관련해서는 “한국 국민들이 내정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으며 올해 한국의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중국의 대한국 정책은 안정적이고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개방과 포용 정책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서 우 의장은 중국이 한·중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에 변함 없는 믿음과 지지를 보내줬다고 사의를 표하면서 “한국의 현 상황이 불안정하지 않고 위기를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국회의장실은 전했다.
아울러 우 의장은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투자 후속 협상에서 유의미한 성과 도출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와 함께 친환경, 로봇·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특히 양국의 경제 협력과 관련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기업 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시 주석의 관심을 당부했다.
아울러 우 의장은 중국 내 한국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과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송환 사업에서의 진전을 기대한다는 뜻을 전했고,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이 그동안 많은 일을 해 왔다”면서 “앞으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해 한국 측의 구체적인 요구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우 의장은 양국 간 문화 교류에 대해 “한국에서는 중국의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문화 콘텐츠를 자유롭게 누리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한국 관련 문화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면서 “문화 개방을 통해서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호 감정 갖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문화 교류는 양국 교류의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해 중국 정부의 한국민에 대한 사증 면제 이후 한국 관광객이 중국을 많이 방문하고 있다”면서 “중국인들도 한국을 더 많이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공식 서열 3위) 초청으로 지난 5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