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금융
지난해 시장금리 하락에도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많게는 5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가계·기업대출이 크게 늘어 은행이 챙긴 이자 이익이 42조원까지 불어났기 때문이다.
9일 KB금융·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공시를 보면, 이들 4대 금융이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은 총 16조4205억원으로 2023년 14조8908억원에서 1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 중 순익을 가장 많이 거둔 곳은 KB금융으로, 처음으로 ‘5조 클럽’에 입성했다. KB금융은 지난해 2023년보다 10.5% 증가한 5조7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 뒤를 잇는 신한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5175억원으로 전년보다 3.4% 증가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냈던 2022년 4조6423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당시엔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 3220억원이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대 최대 실적으로 새로 쓴 셈이다.
3위 하나금융은 지난해 3조738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대비 9.3% 늘어났을 뿐 아니라 역대 가장 좋은 실적이다.
우리금융은 전년 대비 가장 성장률이 높았다. 지난해 순이익은 23.1% 늘어난 3조860억원으로 2022년(3조1471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시장금리 하락기였는데도 금융지주들이 ‘역대 실적’을 거둔 것은 은행 등의 대출이 크게 늘면서 이자이익도 그만큼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기였다. 1월 초 3.82%에서 출발한 금융채 5년물 금리는 12월9일 2.889%까지 떨어졌다. 통상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리는 등의 이유로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나빠진다. 실제 지난해 4대 금융의 순이자마진(NIM)은 전년 대비 0.05~0.1%포인트 하락하기도 했다. NIM은 이자이익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창출됐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시장 금리가 떨어졌는데도 4대 금융이 지난해 거둔 이자 이익은 총 41조8760억원으로 전년(40조6212억원)보다 3.1%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면서 매매 수요가 늘어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기업 대출도 늘어난 여파다. 지난해 KB국민은행 원화 대출액은 지난해 말 364조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고 신한은행(320조2233억원) 10.3%, 하나은행(302조1890억원) 4%, 우리은행(302조1000억원) 6.3% 증가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연간 기준 순이자마진 하락 추세에도 불구, 대출 수요가 늘어 은행의 대출자산 평균잔액이 증가하고 카드·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이자이익 기여도 역시 확대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