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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파’와 ‘플러팅’

한 남성이 보인다. 가끔 눈웃음을 띠다가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맞은편에 한 여성이 앉아 있다. 눈과 몸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그 여성을 향해 있다. 누가 봐도 호감을 표현하는 행동이다. ‘추파’가 떠올랐다. 순간 이래서 내가 옛날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구나 싶었다. 요즘은 이를 ‘플러팅’이라고 하더라.

왜 플러팅일까? 친절한 말이 아닌데. 본뜻은 장난삼아 연애하는, 바람둥이. 호감보다는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희롱에 가깝다. 플러팅이 어째서 호감 가는 이성에게 마음을 표시하는 ‘우리식 영어’가 되었을까.

한 예능 방송을 보면서 잠시 멍했다. 입만 열면 신조어가 튀어나오는 데다 몇몇 웃음 코드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요즘 사람’과 대화하려면 신조어는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하나 보다. ‘플러팅, 킥, 이븐하게…’ 외래어 신조어 천지다.

방송을 보며 스치듯 떠오른 우리말, 추파. 가을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물결을 일컫는다. 가을 물결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시인 이태백은 이를 여인의 맑은 눈빛에 비유했을까.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마다 물결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마치 누군가에게 무슨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여기서 ‘이성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은근히 보내는 눈길’이라는 뜻이 나왔다. 알고 보면 ‘추파’, 참 예쁜 우리말이다.

지나치게 추파를 보내다 보니 마음이 비정상적인 상태까지 나아갔다. 누군가에게 환심을 사려는 마음, 아첨이 생겼다. 점차 이성에게 보내는 추파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본래의 아름다운 뜻에 부정적인 의미가 덧칠해지면서 일상에서 사라져 갔다.

추파가 점점 우리에게서 멀어져 갈 무렵, 플러팅은 호감과 희롱 사이에서 힘껏 줄타기하며 우리 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외래어 신조어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쓰이며 자기 안방인 양 뛰어놀고 있다. 알쏭달쏭하고 묘한 세상이다. 세계는 한류에 손짓하며 ‘추파’를 보내는데, 우리는 세계를 향해 ‘플러팅’한다. 신조어의 매력을 나만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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