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윤석열 엄호 치중하다 정부와 ‘대립각’

유새슬 기자

산업부 ‘대왕고래’ 브리핑에 불쾌감…“단정적 결론 아니다”

한덕수·최상목 “국무회의 위법”엔 정진석 “본질 부정 안 당해”

대통령실이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을 엄호하려다 정부와 각을 세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동해 심해 유전 탐사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발표에도 불쾌함을 드러냈다. 공직사회에서는 정부 발표에 문제를 제기하는 대통령실과 여당 일부의 대응을 두고 “근시안적”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9일 대통령실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가 지난 6일 진행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브리핑에 대한 불쾌감이 감지됐다. 산업부는 1차 탐사시추 결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는데, 대통령실은 이런 발표가 실패를 단정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실은 지난 7일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잠정 결과는 대왕고래에 대한 단정적 결론이 아니며 나머지 6개 유망구조에 대한 탐사시추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야권의 비판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지나치게 정치화”(대통령실 관계자)돼 있는 상황에서, 발표 내용이 좀 더 다듬어져 나왔어야 한다는 불만도 깔려 있다.

공직사회에서는 여권 일부가 산업부 발표를 일종의 ‘내부 총질’로 바라보는 것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한 부처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다른 것도 아니고 ‘대통령 구하기’ 때문에 갈등을 빚는 게 국익을 위한 일인가”라고 말했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A를 A라고 말한 것이 정치 편향적이라는 데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공무원들 사기가 달린 문제”라고 했다.

정작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정치화한 것은 대통령실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3일 첫 국정브리핑을 통해 직접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여당의 22대 총선 참패 두 달 뒤로, 국정동력 확보를 위한 국면 전환 시도라는 해석이 많았다. 윤 대통령 측은 이후 야당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예산 삭감을 12·3 비상계엄 정당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무위원의 주장이 충돌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지난해 12월3일 밤 열린 비상계엄 국무회의를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국무회의의 본질이 부정당하는 시간은 아니었다”고 다른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최 권한대행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부인하고 있지만, 최 권한대행은 당시 윤 대통령이 직접 자신을 부른 뒤 옆에 있던 참모가 자신에게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전달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Today`s HOT
시드니 풋볼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호주 선수들 아름다운 선행, 구조 대원들에 의해 살아난 동물들 페르시아 새해를 앞두고 이란에서 즐기는 불꽃 축제 베르크하임 농장에서의 어느 한가로운 날
북마케도니아 클럽 화재, 추모하는 사람들 밤새 내린 폭우, 말라가주에 목격되는 피해 현장
산불이 일어난 후 쑥대밭이 된 미 오클라호마 동물원에서 엄마 곰의 사랑을 받는 아기 곰 '미카'
가자지구에서 이프타르를 준비하는 사람들 최소 6명 사망, 온두라스 로탄에 비행기 추락 사건 220명 사망, 휴전 협상 교착 상태서 공습 당한 가자지구 케냐를 국빈 방문한 네덜란드 국왕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