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합의안 선처리 힘 싣는 민주당…‘52시간 특례’ 숨고르기

박하얀·신주영·손우성 기자

‘우클릭’ 이재명, 토론회서 수용 여지 둔 발언에…당 안팎서 진통

금투세 폐지 때처럼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이 대표 결단 주목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산업 R&D(연구·개발) 노동자의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뺀 반도체특별법을 먼저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주 52시간 예외를 수용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과 비판이 분출하자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결정권자인 이재명 대표가 특례조항을 최종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9일 “지도부가 (여야가) 합의한 것만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일단 통과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지도부 방침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합의안을 먼저 처리하자는 “기류는 맞다”고 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별법은 합의된 지원 규정만으로 우선 통과시키는 게 타당하다”고 적었다. 앞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간담회에서 “이렇게 갈등이 심한 사안을 일거에 처리할 순 없다”며 52시간 특례조항을 뺀 반도체특별법 선 처리가 당의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당 내부 의사결정을 지켜본 뒤 최종 입장을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특별법에서 여야 간 의견 접근을 이룬 내용은 정부가 반도체산업 지원 기금을 조성하고, 용수 및 전기 공급 시설 등 핵심 기반시설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안 등이다.

반도체산업 R&D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는 이 대표가 지난 3일 토론회에서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하며 쟁점화했다. 이 대표는 당시 “노동시간 규제에 예외를 두지 않는 게 좋지만 ‘반도체 R&D 분야 중 고소득·전문가가 동의할 경우 예외로 (특정 기간)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느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이어 노동시간 규제도 풀어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여당은 그간 이 특례조항이 반도체 기업 재도약을 도모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해 왔다.

여권의 금투세 폐지를 수용한 전례가 반복될 것인지를 두고는 ‘그때와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는 노동시간 규제 완화의 직접 이익이 ‘대기업 사용자’에게 돌아가고, 다른 산업군의 특례 적용 요청 확대에 직면할 수 있어 고민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에 역행하고, 민주당의 노동가치에 반한다”(이인영 의원)는 내부 비판도 이어지는 중이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모든 국민의 삶과 직결된 사안이어서 어떠한 과정을 거치느냐가 더 중요한 사안 아닌가”라며 최종 결정까지 여지를 열어뒀다. 친명계 핵심 의원은 “(특례 적용) 대상은 극소수라 노동자 전체의 건강권과 결부시키는 비판에는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절충안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특례조항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안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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