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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비동의강간죄, 다시 국회로①

‘동의 없는 강간’ 벌하지 못하는 법…피해자는 ‘가짜’가 됐다

입력 2025.02.10 06:00

수정 2025.02.1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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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2019년 9월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총궐기’ 행진을 하고 있다.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 제공 사진 크게보기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2019년 9월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총궐기’ 행진을 하고 있다.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 제공

지난달 ‘동의 없는 성교는 강간’으로 정하는 형법 개정안, 이른바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 2건이 각각 5만여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넘겨졌다. 청원은 강간죄 구성 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정한 현행 형법을 고쳐 피해자 ‘동의 여부’를 구성 요건으로 정하라는 것이다. 청원인은 “현행법은 강간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해 피해자 보호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시민 10만여명의 염원이 다시 모이면서 비동의강간죄는 22대 국회에서도 논의될 기회를 잡았다.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요구하는 이들의 취지는 ‘성범죄 현실을 법에도 반영하자’는 것이다.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강간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현행법 체계에서, 피해자는 ‘진짜 피해자’임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수사기관과 재판부, 이웃조차도 피해자에게 “얼마나 격렬하게 저항했는지”를 묻는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2022년 전국 성폭력상담소 119곳에 접수된 강간 사건 4765건을 분석해보니 이 중 62.5%(2979건)가 폭행 또는 협박 없이 발생했다. 비동의강간죄가 없는 현실에서, 강간 피해자들은 ‘가짜 피해자’로 의심받거나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일쑤다.

국회는 성범죄 피해자들의 절박함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비동의강간죄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며 연이어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 10건, 21대 국회에서는 3건의 강간죄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회기만료’로 사라졌다. 되레 편견은 깊어졌다. “무고죄가 증가할 것” “비동의강간죄는 남녀 갈라치기”라는 근거 없는 주장에 부딪혀 정치인들은 겁을 먹고 비동의강간죄 도입 공약을 철회했다.

경향신문은 224개 여성인권단체가 모인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와 함께 비동의강간죄의 공백으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성범죄 피해자들의 절절한 요구와, 이에 동의하는 청년 남성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비동의강간죄를 도입한 외국 사례에서도 한국 사회가 배울 점들이 있었다.

◇비동의강간죄
형법 제32장(강간과 추행의 죄)은 강간죄 구성 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형법 제297조)으로 규정한다. 이 때문에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강요와 속임, 지위나 위계를 앞세워 성관계를 했어도 강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문제가 일어난다. ‘동의 여부’를 추가하면 상대방 동의가 없거나 상대방 의사에 반해 이뤄진 성관계를 비동의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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