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들어갈 땐 훔칠 의도 없었다” 도둑 항변에 대법은?

김나연 기자

대법 “야간주거침입절도죄, 침입 시점부터 고의 있어야 성립”

가중 처벌 못하지만 다른 증거에 ‘유죄’…징역 6개월 원심 확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한수빈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한수빈 기자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성립하려면 주거에 침입한 시점부터 절도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침입 당시엔 훔칠 의사가 없었는데 금고 등을 보고 훔칠 의사가 생겼다면 야간주거침입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야간주거침입절도와 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9일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5월 서울 서초구의 한 주점에 비상 출입문으로 들어가 계산대 포스기에서 현금 190만원을 훔쳤다. 또 같은 해 3월에는 서울 도봉구의 한 호텔에서 소란을 피우며 업무를 방해하기도 했다. 검찰은 각 사건에 대해 야간주거침입절도죄와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1심은 A씨에게 총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과도 있는데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A씨는 자신의 야간주거침입절도죄에 대해 “주점에 침입할 당시 돈을 훔칠 의사가 없었고, 금고를 보자 절도 의사가 생겼다”며 항소했다.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주거침입죄와 절도죄가 함께 적용돼 가중처벌되는데, A씨는 이를 막으려고 이같이 주장했다.

2심은 A씨의 심신미약 주장을 반영해 징역 6개월로 감형했다. A씨가 주점 침입 당시 절도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한 점에 대해선 “야간에 주거침입죄와 절도죄가 모두 기수에 이른 경우에는 절도의 고의가 언제 있었는지를 불문하고 야간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야간에 주점에 침입해 절도 범행을 저질렀다면 언제 절도를 하겠다는 의사가 생겼는지에 관계없이 야간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A씨 상고를 기각하면서도 2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성립하려면 실행의 착수 시점인 침입이 이뤄질 때 절도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침입 이후 절도의 고의가 생겼다면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침입 시점에 절도의 고의가 생긴 것이어야 야간주거침입절도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나머지 증거 등에 의해 A씨가 침입 당시부터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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