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 전 행안부장관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증언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내린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난달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지시와 관련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경찰에도 출석했지만 당시엔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대한 조사만 받았다.
1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는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기에 앞서 이 전 장관을 윤 대통령 내란 사건의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사를 봉쇄하고 단전·단수 조치를 하라는 윤 대통령 지시를 경찰청과 소방청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 전 장관을 불러 조사하면서 윤 대통령에게 직접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았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장관을 소환 조사한 뒤 관련 내용을 윤 대통령 공소장에도 담았다. 검찰은 윤 대통령 공소장에 ‘비상계엄 선포 후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가 적힌 문건을 직접 건넸고, 이 전 장관이 조지호 경찰청장과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지시를 하달했다’고 적었다. 검찰은 이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3일 허 청장과 통화하면서 “24:00경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고 말했다고 공소장에 명시했다. 이 전 장관은 검찰에서 이러한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달 허 청장과 이영팔 소방청 차장,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와 관련해 조사했다. 다만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은 조사하지 않고 사건을 검찰과 경찰에 다시 돌려보냈다. 단전·단수 조치가 실제 이행되지 않아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직권남용에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다.
검찰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와 관련한 조사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전 장관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당시 국무회의가 개의 선언이나 안건 설명 등 통상 절차를 생략한 채 이뤄졌으며, 자신은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