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틀째인 지난해 12월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현장 위로 철새가 날아가고 있다. 문재원 기자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전국 단위 연대가 발족했다. 이들은 신공항 건설이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기후 역행 사업일 뿐만 아니라 경제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같은 조류충돌 사고 위험도 제기됐다.
가덕도 신공항 반대 시민행동, 경기 국제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새만금 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10일 전국 신공항 백지화 연대를 결성하고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대는 “불타는 대절멸 지구 위에 더 이상의 공항은 필요없다”면서 “죽음의 활주로를 멈춰라”라고 요구했다.
연대는 “항공산업은 기후붕괴와 생물다양성 붕괴를 악화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라면서 “항공기는 교통수단 중 온실가스 발생량이 압도적으로 많고 공항 건설은 대규모 생태파괴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각국은 공항을 줄여나가고 증설계획을 취소하며 단거리 노선을 규제하기 시작했다”면서 “한국 정부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 신공항 백지화 연대가 10일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대 제공
연대는 이미 건설된 공항도 탑승객이 없어 만성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운행 중인 15개 공항 중 인천, 김포, 김해, 제주항공을 제외한 11개 공항의 적자액은 총 1449억원에 달한다. 2023년 기준 공항 활용률은 군산공항 0.8%, 무안공항 1.1%, 사천공항 1.1%, 원주공항 1.2%, 포항경주공항 1.5%로 집계됐다. 연대는 “그런데도 10개 공항을 새로 짓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인들의 개발 망령”이라고 지적했다.
신공항 대부분이 철새도래지 근처에 있어 제주항공 참사와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한국 지형 특성상 공항이 들어설 수 있는 평지는 갯벌과 습지 근처에 있어 필연적으로 철새의 서식 반경과 겹친다는 것이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확장 사업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서도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조류 충돌의 위험성이 크다”는 우려가 적시됐었다.
연대는 “철새도래지 옆 신공항 건설은 대규모 생태학살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항공기 조류충돌 사고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새만금 신공항, 제주 제2공항, 가덕도 신공항, 흑산공항의 경우 기존 공항들보다 충돌 위험도가 월등히 높고 실제 조류충돌이 일어난 무안공항보다 조류충돌 위험도가 수백 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만금 신공항의 경우엔 최대 610배까지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