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관세 부과와 규제 강화 대비해 미국 이전 본격화할 듯

한국철강협회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25%를 부과한다는 추가 관세 조치를 예고했다. 국가가 아닌 품목으로 관세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세계 수요 부진, 국내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는 우려를 나타내며 구체적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 대기업들이 생산기지 미국 이전을 검토하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에 주로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25% 관세 부과가 기존 할당(쿼터)제에 더해 추가 규제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10일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봤을 때 할당제를 유지할 것 같지는 않다”며 “피해가 올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협상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은 무관세 조치를 받는 대신 대미 수출 물량을 연간 약 263만t으로 제한하는 할당제를 적용받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호국의 할당제를 어떻게 손볼지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나라별, 기업별로 미국에 어떤 투자를 할지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나중에는 철강 수출의 우회 경로나 쇳물의 원산지 등을 따지며 더욱 엄격한 규제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품목 관세에 추가로 보편 관세까지 부과되면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산 저가 철강이 미국 대신 유럽, 아시아 등으로 쏟아져나오면 전 세계 철강 공급 과잉으로 한국 철강 업체들도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심각한 업황 침체로 업계 1·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미 대규모 감산과 공장 폐쇄 등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미국 현지에 생산 시설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텍사스, 조지아, 루이지애나 등 미국 남부 지역의 여러 주 정부와 투자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3일 열린 경영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상공정 생산시설 확보 방안에 대해 회사가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대중국 10%포인트 추가 관세가 유예나 타결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어 국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처럼 관세를 피해 생산시설을 이전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현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이 투자 유인책으로 압박을 강화할 경우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너무 큰 비용 부담”이라며 “대기업 생산시설이 미국으로 이전하면 중소기업은 고객을 놓치게 돼 이중고를 겪게 된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