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6~7년 이상 한국에서 머문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일시 체류자격을 부여했던 정부의 구제대책이 다음달 31일 종료된다. 법무부가 연장 여부를 검토하는 사이, 교육부와 대다수 시도교육청은 “법무부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도가 종료되면 미등록 이주아동들이 병원이용이나 학내 행사 신청 등에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여 교육부·교육청이 아동·청소년의 권리 관점에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17개 시도교육청의 ‘이주아동 임시 체류 구제대책 종료’ 관련 입장을 보면, 대다수 교육청과 교육부는 “법무부 결정을 지켜보겠다”거나 “대책이 없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무부 결정에 따라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달 14일에 열리는 시도교육청 장학사협의회에서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강원·경남·대전·울산·전남교육청 등은 “수립 중인 대책은 없다”고 했다.
법무부는 2022년 2월부터 오는 3월까지 6~7년 이상 한국에서 지낸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일시적으로 체류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0년 국내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법무부의 강제퇴거 조치를 중단하고 체류자격 심사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 데 따른 조치였다. 신청일 기준 국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이거나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을 해야하는 등 조건을 충족해야 체류 신청이 가능하다.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은 2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법무부는 2022년 초·중·고교에 다니는 미등록 이주아동을 3000명가량으로 추정했다. 현재까지 구제대책을 신청한 이주아동은 1000여 명 수준이다.
구제대책을 이용하지 못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외국인등록번호가 없어 각종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공교육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병원 이용, 학내 체험학습·학생 대회 신청 등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 관계자는 “체류자격이 없는 이주아동에게 어떻게든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검토를 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8일 전북 김제시에 있는 특장차 제조업체 ‘HR E&I’에서 일하다 산재로 숨진 강태완씨(32·몽골명 타이왕)가 생전 ‘이주와 인권연구소’와 인터뷰하면서 미등록 이주아동 구제대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주와 인권연구소 유튜브 갈무리
광주·대구·세종·인천교육청은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교육청에 보낸 안내문을 학교에 전달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12월 이주아동 일시적 체류 신청을 독려하는 안내문을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에 보냈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학교에서 학생들 서류를 일일이 챙겨야 (구제대책) 신청이 늘 텐데, 현장 상황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이 다른 시도교육청과 달리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청 이민지원과와 연계해 구제대책 기한 연장에 연대 방안 추진 중” “경기도 내 다문화정책연구학교 중심으로 임시체류 제도 연장을 위한 연대 방안 모색” 등의 의견을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또 “법무부에서 이주민 아동 임시 체류 제도 연장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 적극적으로 협의 추진을 요청하겠다”고도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교육부, 법무부 이민조사과 간담회를 통해 학생과 학교 상황을 전달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민정책을 규제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법무부와 달리 교육부·교육청은 아동의 기본권 등 권리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미등록 이주민 추방 정책을 내세우자, 각 주나 카운티 교육청에서 이주학생 보호에 나서고 있다. 고 의원은 “한국에서 자란 미등록 이주아동이 언제 추방될지 모른다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교육부·교육청이 법무부에만 맡겨놓지 말고 학생 보호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