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가치 무너뜨리는 윤 대통령···법치 훼손에 무능 지적도

박순봉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보수 진영이 전통적으로 내세워 온 법치와 ‘유능’ 프레임이 무너지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집행을 힘으로 막고 법원 침탈을 방조하며 법치주의 등 기존 사회 질서를 흔들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격적으로 띄운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유전 탐사)가 1차 시추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핵심 정책 부분에서도 혹평을 받아들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한 지난달 19일 오전 서부지법 후문 인근에서 경찰이 시위 중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해산시키려고 하자 지지자들이 이를 막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한 지난달 19일 오전 서부지법 후문 인근에서 경찰이 시위 중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해산시키려고 하자 지지자들이 이를 막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여권의 대응은 법치 부정으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은 수사에 불응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 영장 발부 및 집행 과정을 문제 삼아 대통령 경호처를 동원해 이를 무력 저지했다. 윤 대통령 측은 복수의 법원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며 헌법재판관들의 성향을 문제 삼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같은 행위의 ‘정치적 효과’에 주목한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10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대응은 다 민주당에서 배운 것”이라며 “이전 탄핵 국면과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의원은 기자에게 “윤 대통령에겐 묘한 용도가 있다”며 “윤 대통령 덕분에 의도하지 않게 강성 지지층들이 조직화됐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국민의힘 쪽 진영은 전광훈류 말고는 조직화가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조직화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장기적으로 보수 진영의 핵심 가치를 흔드는 행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측이 연일 사법 질서 불신 목소리를 내면서 보수 세력이 기존 질서를 흔드는 모순적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지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헌법재판소 공격 계획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보수가 그간 ‘상대적 우위’를 주장해 온 유능한 정치세력이라는 구호도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띄운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최근 정부 자체 발표로 의미가 퇴색했다. 정부는 앞서 2200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예고했으나 1차 시추 결과 실제로는 11조원의 가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로 나타났다. 대통령실이 유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부산엑스포 유치전은 ‘참패’에 그쳤고, 의대 증원 등 각종 정책은 혼선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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