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 불 지핀 재시험 소동, 피해는 미래 세대만…연세대 수시 논란이 남긴 것

오동욱 기자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논술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지난해 10월12일 수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논술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지난해 10월12일 수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지난해 10월12일 벌어진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자연계열 논술시험 유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시험 시작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문제가 유출된 사실이 없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피의자 8명이 문제지 사진을 올린 것은 시험이 끝난 이후였고 사전에 문제 유형을 언급한 게시글도 막연해 정보 유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의혹은 일단락됐지만 그간 벌어진 혼란은 적지 않았다. 대학과 수험생이 법적 다툼을 벌였고, 추가 시험도 치러졌다. 추가 시험에서 합격생이 늘어난 만큼 차후 입학 정원에서 빠지기 때문에 피해를 미래의 수험생이 입게 됐다.

1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해프닝’으로 끝난 연세대 수시 논술 유출 논란은 대학 측의 부실한 입시 사무 처리와 수험생·학부모의 과도한 의혹 제기가 맞물린 결과다.

연세대는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시험 시작 1시간 전 교부된 문제지를 뒤늦게 회수했고,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도 허술했다. 실수로 배부된 시험지를 회수한 후 일부 수험생이 휴대전화를 쓰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했다. 교육 정책 전문가인 조인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시험지를 미리 줬다가 회수한 뒤 (응시생이) 휴대전화를 쓰고 화장실도 가면 누구라도 유출 가능성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대학의 불투명한 대처도 의혹을 키웠다. 연세대는 시험 부실 관리 논란이 불거진 뒤 낸 입장문에서 “연습지로 문제지를 덮어놔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사실이 없다”며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조사 방식 등은 설명되지 않았다. 조 조사관은 “대학 측은 ‘불공정이 없었다’고만 대처했는데, 이는 엄격한 관리·감독이 안 됐다는 불신만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는 불확실한 의혹을 제기해 혼란을 키웠다. 시험지 사전 유출로 생긴 합격 등 위법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소송전으로 재시험을 끌어내는 등 입시 절차에 불신과 예외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불공정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이 문제가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뒤집는 사건이라고까지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1차 시험 응시생 전원을 대상으로 한 재시험도 문제로 지적된다. 남 소장은 “건축공학과 1개 과의 한 시험장에서 일어난 일이라 영향을 받으려면 그 과만 영향을 받는다”면서 “모두 다 재시험을 보게끔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수험생 측은 대학이 추가 시험을 결정하자 재시험을 요구했던 기존 소송 취지를 1차 시험 효력 무효로 변경하기도 했다. 2차 시험의 효력만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대학별 고사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할 때라는 의견도 있다. <수능해킹>의 저자 문호진씨는 “기본적으로 대학별 고사는 시험 관리·감독에 있어 대학원생이나 조교도 들어와 시험을 운영하기도 하는 등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지 배포 시기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2024년 한 해 연세대 뿐만 아니라 단국대, 한성대 등에서도 벌어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대학입학전형 대학별 고사 공정성 강화를 위한 방안’ 보고서에서 “정부 차원의 대학별 고사 관리·감독에 관한 실태조사와 국가 수준의 대학별 고사 관리·감독 지침 제정, 대학 차원의 관리·감독 내규를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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