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이 지난 7일 워싱턴에서 열렸다. 트럼프 취임 후 아시아 국가와의 첫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미국이 일본을 방어한다는 동맹 약속을 지키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협력을 지속할 것이며, 중국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재집권 후 처음으로 전임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틀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것이 주목된다. 취임 후 유럽과 미주 지역의 동맹 틀을 흔들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 우위를 유지하려는 큰 목표에 이롭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정상외교 공백기에 미·일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확인한 것은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일본에 고마워할 일도 아니다. 일본은 자국 안보를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명시해도 실제 대북 협상은 단계적·점진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한국의 이해관계가 미·일과 늘 같을 수는 없고, 자칫 미국의 안보 우려만 제거하고 협상을 끝내거나 장기 방치할 경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 반열에 올려놓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한국은 안보 우려를 공유하는 일본,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는 중국과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통해 북·미 협상을 효과적으로 견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트럼프 시대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한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미·일 회담에서 첫번째 과제가 관철됐다. 트럼프는 관세전쟁 등에서 아직 한국을 콕 집어 압박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이것은 호의라기보다 방치된 측면이 크다. 의도치 않게 시간을 번 셈이지만,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는 조만간 추가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주변 각국이 잰걸음으로 미국과 소통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도 달갑지 않다.
한국 외교에 당장 필요한 것은 조만간 있을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참여가 약화되거나 배제되지 않도록 분명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내란 상황을 조속히 종식하고 정상외교에 나서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정부가 여야 정당과의 협의를 통해 단합된 입장을 도출함으로써 최소한의 민주적 위임이라도 갖고 대외관계에 임해야 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