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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생 없는 초등학교

입력 2025.02.10 18:15

수정 2025.02.1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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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냇동생을 들쳐 업은 어머니와 한참을 걸어 학교란 곳에 처음 갔다. 하얀 가재 손수건을 왼쪽 가슴에 차고 신주머니를 들었다. 동네 공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넓은 운동장이었지만, 아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벽보에서 이름을 찾아 ‘1학년 7반’ 알림판을 든 선생님 앞에 가서 섰다. 맨 처음 배운 것은 ‘앞으로나란히’, 선생님을 따라 병아리 떼처럼 줄지어 들어간 교실은 ‘콩나물시루’였다. 남자는 1번, 여자는 51번부터 번호를 매겼다. 나는 33번이었다. 그래도 오전·오후반으로 나누는 ‘2부제’ 수업은 안 한다고 어머니가 기뻐하셨다.

교육 여건이 개선돼 콩나물 교실과 2부제 수업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가 됐다. 입학식장 질서 유지를 위해 어린이들에게 ‘앞으로나란히’를 강요할 일도 없다. 이젠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1968년에 100만명을 넘은 초등학교 입학생은 올해 32만명으로 줄었고, 내년부터는 30만명 밑으로 떨어진다. 올해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어 입학식조차 열지 못하는 초등학교가 전국적으로 170곳에 이른다. 작년엔 157곳이었는데 1년 새 더 늘었다. 문 닫는 학교도 늘고 있다. 전남은 올해 초등학교 8곳이 폐교 예정이다. 전북은 초등학교 7곳과 중학교 1곳, 강원은 초등학교 7곳의 폐교를 결정했다. 서울과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경기는 초등학교 5곳과 분당 청솔중이 문을 닫는다. 서울에선 지난해 도봉고 등이 폐교한 데 이어 경서중이 2027년 폐교를 앞두고 있다.

학교가 사라진 동네는 희망과 미래가 없다. 그나마 젊은이들의 유출을 최소화하고 공동체의 활기와 수명을 연장하려면 폐교를 막는 게 급선무다. 전북은 유학생이 오면 1인당 매월 50만원의 체재비를 준다. 빈집을 활용해 맞춤형 거주시설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150명의 학생을 끌어들였다. 적잖은 예산이 들지만 폐교로 마을 전체가 증발하는 것에 비하면 ‘가성비’ 높은 정책이라는 평이다. 경북 김천시 증산면에선 동네에 하나뿐인 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70·80대 어르신 10여명이 입학하는 방법까지 썼다. 이렇게 해서라도 학교를 지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콩나물 교실과 2부제 수업이 그리워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지난해의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나홀로 입학식’을 마친 1학년 어린이가 교실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의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나홀로 입학식’을 마친 1학년 어린이가 교실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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