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잔당의 폭동과 저항이 70여일 계속되며 대한민국의 모든 성취가 일거에 물거품이 될 처지”라면서 “민주공화정의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 헌정수호연대를 구성하고 헌정파괴세력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내란 우두머리인 대통령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는 모든 시민·정파와 손잡고 ‘반내란 연합’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 말대로 지금은 “언제 내전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의 내란 선동에 호응하는 극우 세력이 발호해 법치주의와 헌정질서를 부정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당마저 이들의 영향권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주류 보수정당마저 윤석열 내란과 극우 준동에 선 긋지 못하는 것은 민주화 이후 헌정질서를 떠받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에 균열이 생겼고, 민주공화정의 가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을 뜻한다.
우리 사회 제1 과제는 내란 극복이다. 이건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헌정질서를 지키려는 모든 이들이 합세해 압도적 다수를 형성해야 한다. 이 대표가 이날 ‘헌정수호연대’를, 앞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새로운 다수연합’을, 이광재 전 의원이 ‘국민연대’를 제안한 배경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란 조기 종식’ 기치를 든 이 다수연합은 민주공화국을 수호하는 넓고 단단한 방파제이자 박근혜 탄핵 이후 실패한 연합정치를 모색하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이 틀로 내란 세력을 주변화한 토대에서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일구는 게 내란 극복이요, 정치개혁이다.
그러자면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구동존이 자세가 필요하다. 이 대표는 친명·비명 불협화음이 커지는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이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연합을 당 바깥으로 확장할 신뢰와 동력이 생긴다. 이 대표가 연합정치의 큰 길을 제시하는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회복과 성장을 강조하며 ‘공정성장’ ‘사회적 대타협’을 화두로 꺼냈다. 노동시간 단축, 정년 연장, 조기 추경 같은 구체적 의제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진보정책이든 보수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고 했다. 그러나 이재명표 실용정치는 과제도 산적하다. ‘반도체 52시간 예외’ 논란에서 보듯, 장시간 노동을 벗어나겠다는 국가적 방향·원칙을 지키며 노사 접점을 만드는 리더십이어야 한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의사도 밝혔다. 이 제도 역시 이념적 양극화와 팬덤정치가 만연한 정치 풍토에서 정쟁과 정적 제거 도구로 악용되지 않게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