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북미로 ‘열’ 잡으러 간다

김상범 기자

주택부터 데이터센터까지 고효율·저비용 공조 시스템 수요 확대

북미 최대 ‘공조 전시회’ 출격…2034년 70조 규모 시장 선점 나서

북미 냉난방 시스템 시장에 국내 가전 기업들이 본격 뛰어들고 있다.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대형 빌딩과 공장에서도 고효율·저비용의 공조 시스템을 갖추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식히는 설비 수요가 커지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0~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공조전시회 ‘AHR 엑스포 2025’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고효율 하이브리드 인버터 실외기 ‘하이렉스 R454B’를 선보였다. 북미지역에 흔한 유니터리(중앙공조) 가정용 시장을 노린 제품이다. 이는 제품 교체 시 기존 냉매 배관과 전선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크기의 배관 연결이 가능해 설치 편의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가정용 히트펌프 ‘EHS’도 전시됐다. 히트펌프는 전기에너지로 실내 공기를 덥히거나 식히는 기계다. 삼성전자 EHS는 바닥난방과 급탕에 적용되는 솔루션으로, 공기의 열과 전기를 이용해 온수를 만들 수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보다 효율이 높고 탄소 발생량이 적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냉난방 공조를 담당하는 에코솔루션(ES) 사업본부를 신설한 이후 처음 전시회에 참가했다.

LG전자는 ‘칠러(Chiller)’에 힘을 줬다. 차갑게 만든 물을 열교환기를 통해 순환시켜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냉각 설비다. 주로 대형 건물이나 공장 등 산업시설에 설치된다.

전시회에서는 모터 회전축에 윤활유를 사용하지 않는 ‘무급유 인버터 터보 칠러’가 전시됐다. 고속으로 돌아가는 압축기 모터의 회전축을 전자기력으로 공중에 띄워 지탱하며 회전시키는 ‘자기 베어링 기술’을 적용해 마찰 손실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인 제품이다.

LG전자는 “빅테크 기업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열관리 솔루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칠러는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대형 건물, 공장 등 대규모 공조 수요처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산 장치가 천문학적 분량의 AI 데이터를 연산할 때 내뿜는 열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AI 데이터를 보관·처리하는 데이터센터가 급속도로 늘면서 이 열을 식히려는 노력도 그에 걸맞게 증가하고 있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으로 주목받는 칠러를 비롯해 다양한 공간·기후 맞춤형 냉난방 공조 솔루션으로 ‘기업 간 거래’(B2B) 비즈니스를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LG전자는 미국 전역의 다양한 기후를 고려한 ‘인버터 히트펌프’ 라인업, 영하 35도에서도 안정적인 난방 성능을 유지하는 ‘주거용 한랭지 히트펌프’ 등을 소개했다.

세계적으로 탈탄소 기조가 확산하면서 전력 효율성이 높은 공조 시스템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가정용 가전제품 판매가 주춤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북미·유럽 등 선진국 냉난방 시장을 새 먹거리로 꼽으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비스리아는 북미 공조 시장이 2023년 297억달러(약 43조1000억원)에서 2034년 488억달러(약 70조8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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