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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도서관

입력 2025.02.10 20:55

수정 2025.02.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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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여행길 3일 차. 덴마크 제2 도시 오르후스에 도착 후 먼저 향한 곳은 시립도서관이었다. 오르후스 도서관은 미국 타임지가 2016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1위로 선정한 바 있다. 독창적인 도서관 디자인과 바다 전망과 자연광이 투명하게 들어오는 건물 설계뿐만 아니라, 도서관의 지평을 넓히는 혁신성이 주된 선정 이유였다.

오르후스 도서관 천장에는 서재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종이 설치되어 있다. 이 커다란 종은 세계에서 가장 큰 튜브 벨이다. 이 종은 특이하게도 오르후스 대학병원 분만실에서 울릴 수 있다. 대학병원 분만실에서 아이가 탄생하는 순간에 부모들이 기쁨을 나누기 위해 버튼을 누르면, 도서관에 전달되어 온 사방에 투명한 종소리가 울린다. 도서관에서 차분하게 공부하는 사람들은 청명한 종소리를 들을 때면 도시에 새로운 아이가 태어났음을 깨닫고 새 생명을 축복한다고 한다. 도서관 방문객 누구나 학업 집중을 방해하는 종소리에 여지없이 기쁨을 느낀다.

천장의 큰 종을 따라 층을 내려오면 도서관의 비효율적인 설계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휠체어와 유아차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를 정말 크게 만드는 바람에 책상과 책장이 있어야 할 공간이 텅 비어 있다. 그러나 접근성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서재 공간을 과감하게 포기한 도서관의 결단은 가족 방문객의 만족으로 이어졌다. 넓은 경사로 덕분에 이 도서관은 덴마크 부부들의 소풍 장소가 되었다. 주말마다 유아차를 마음껏 밀고 다니며 도서관에 어려움 없이 놀러 와 책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넓은 공간 덕분에 엄마·아빠를 따라 도서관에 찾아온 아이들 또한 도서관을 사방팔방 뛰어다니면서도 부딪히거나 다칠 위험이 현저히 적다.

마지막으로 특이한 점은 도서관의 대부분 공간이 아동 방문객을 우선 염두에 두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도서관은 성인 학습자의 각종 입시 또는 자격증 시험을 의식하여 수험 관련 서적을 주로 배치하고, 아동 공간을 도서관 구석에 한 칸 남짓 마련하곤 하는데, 이곳은 정반대다. 아이들이 학습하거나 책을 읽거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공간이 더 넓게 보장되어 있고, 성인들이 집중해서 공부하는 공간은 상대적으로 작게 마련되어 있다.

도서관을 찾은 덴마크 아이들은 드넓은 도서관에서 다양한 재즈 뮤지션 전시를 감상하며 노래를 듣거나, 찰흙 만들기 강의에 참여하거나, 동화책을 읽거나, 또래들과 어울리며 공부한다. 그러한 아이들 주변에서 성인들은 이어폰을 낀 채 묵묵히 작업한다. 이 시끌벅적한 도서관은 정말 조용하고 차분한 수험 공간과 거리가 멀다. 도서관은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곳이라고, 조용해서 도서관이 아니라 시끄러워 도서관이라는 듯. 오르후스 도서관은 시험 대비 공간의 용도를 넘어 제한 없는 책과 문화의 접촉을 환영하는 공공공간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 도서관은 방문객들에게 이 사실을 강조하는 것만 같았다. 아이들이 이 모든 공간의 첫 번째 주인이자 이 나라의 미래라고.

과연 한국 사회에도 아이들의 문화생활을 중시하는 도서관이 생길 수 있을까? 아이들이 주인 되는 시끌벅적한 도서관의 모습을 우리도 환영할 수 있을까?

변재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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