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찾던 청년, ‘반도체 52시간 예외’ 막아서다

조해람 기자
이재명이 찾던 청년, ‘반도체 52시간 예외’ 막아서다

계엄 때 군용차 막은 청년
“광장에 선 건 노동자인데
민주당은 기업 위한 행보
이런 민주주의 원치 않아”
이 대표 ‘우클릭’에 쓴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들이닥친 12·3 비상계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국회로 밀고 들어오는 군용차를 한 청년이 맨몸으로 막아섰다. 근처 시민들이 뛰어와 함께했고 군용차는 전진하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촬영한 현장 영상(사진)은 온라인을 타고 빠르게 퍼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영상을 올리면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라며 “이분을 꼭 찾아달라”고 했다.

이 대표가 찾던 청년 김동현씨(34)는 최근 자신의 SNS에 이 대표를 향한 쓴소리를 남기고 있다. 이 대표가 반도체 연구·개발 직군을 ‘주 52시간’ 상한 규제에서 예외로 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하면서다.

김씨는 지난 8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저와 함께 군용차를 막은 시민들,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생각한 민주주의는 가진 자를 위해 힘없는 사람의 목숨을 갈아 넣는 민주주의가 아니었다”며 “(이 대표에게) 광장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사회주택 공급 일을 하며 세입자 주거권 문제 해결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비상계엄 소식을 들었다는 김씨는 집에 1주일치 고양이 밥을 쌓아놓고 국회로 향했다. 그는 “우리의 일상을 파괴하려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며 “그 이후 이어진 광장, 남태령, 한강진에서 눈을 맞아가며 지켰던 것은 서로를 지키고 보호하는 평등한 민주주의였다”고 했다. 그는 이어 “폭력에 반대하며 연대와 평화를 외친 시민들은 옆에 있는 사람이 52시간 이상 일하다 쓰러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b>“더 이상 쓰러지고 싶지 않습니다” </b>‘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 및 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한 후 과로로 쓰러지는 반도체 노동자를 표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더 이상 쓰러지고 싶지 않습니다”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 및 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한 후 과로로 쓰러지는 반도체 노동자를 표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자신을 “노조 없는 노동자”라고 소개한 김씨에게 노동시간 규제 예외는 “생명과 목숨을 지키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다.

그도 몇년 전 서비스업에 종사할 때 주 6일 60시간 정도 일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제가 숙련자였는데도 손이 제대로 안 움직였다”며 “제가 20대 후반이어서 그나마 버텼지만, 30~40대인 연구·개발직이 그러면 혈관이든 뇌든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3개월 바짝 일하다가 나머지 3개월을 쉰다고 해서 이미 멈춘 심장이 다시 뛰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주 52시간도 (법정노동시간인) 주 40시간을 넘긴 연장노동시간인데, 이걸 되돌리자는 건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벌써 일부 반도체 기업은 생산직 등을 이름만 ‘연구직’으로 바꾸고 있다고 하고, 건설업이나 조선업은 자신들도 주 52시간 적용 제외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특히 청년세대에게 노동시간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저출생 이야기를 하는데 52시간을 넘겨 일하면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나”라며 “청년을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라고 하는데, 밝은 미래와 장시간 노동이 어울리는 말인가”라고 했다.

김씨는 “(탄핵 집회가 토요일에 열렸는데) 52시간 이상 일하거나 토요일에도 일해야 하는 이들은 광장에 나올 수 없었다”며 “대부분 비정규직 서비스직으로 일하는 청년들은 못 나온 경우가 많다”고 했다.

민주당이 삼성과 경영계의 요구에 집중하는 ‘우클릭’ 행보를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씨는 “기업의, 기업을 위한, 기업에 의한 민주주의”라며 “광장에 앞장선 건 노동자들인데 벌써 반노동 정책을 하려 한다”고 했다.

김씨는 “광장에 모인 이들이 원한 건 이게 아니라고, (이 대표가) 잘못 생각하고 계시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우리가 만들어온 세계는 모두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만들 세계가 ‘삼성공화국’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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