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28차례 외친 이재명, 탈이념 계속…중도층 구애 통할까

손우성·박하얀·신주영 기자

정년 연장 등에 ‘사회적 대타협’ 강조…‘비호감’ 이미지 타개

‘주 4일제’·‘기본사회’ 언급…흔들리는 전통적 지지층 다잡기

개헌 사안인 ‘의원 국민소환제’도 제안…본격 논의될지 주목

<b>교섭단체 대표연설 하는 이재명</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교섭단체 대표연설 하는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성장’을 28차례 언급하는 등 정책 무게추를 민생경제 회복에 두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에 이어 ‘잘사니즘’(잘사는 문제)을 새로운 담론으로 제시하면서 탈이념 행보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잘사니즘’을 주요 키워드로 언급하며 “경제를 살리는 데 이념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를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는 이 대표가 집권을 위해 중도층을 겨냥한 경제 성장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성남시장 시절부터 쌓아온 ‘과격’ ‘좌파’ 이미지를 씻어야 집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비호감’ 프레임을 깨기 위한 발언도 다수 포함됐다. 이 대표는 정년 연장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선 충돌하는 이해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존과 소통의 가치를 복원하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되살리겠다”고도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올바른 정책이라도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재명(친명)계 재선 의원은 “비호감 꼬리표를 떼야 중도층과 무당층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11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연설에서 항의를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표는 또 최근 행보가 진보 진영 전통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주 4일 근무국가’를 제안했다. 앞서 이 대표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방침,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R&D) 노동자 ‘주 52시간 예외’ 검토 등으로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자신의 정책 상징이었다가 최근 후순위로 미룬 ‘기본사회’ 카드도 다시 꺼내 들었다.

수도권 3선 의원은 “중도층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기본사회’라는 담론 때문에 이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있지 않겠는가”라며 “소위 집토끼에 걱정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직접민주주의 강화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제시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 관심을 받는다. 일각에선 국민소환제가 개헌 사안이라는 점을 들어 개헌 관련 입장 표명에 소극적이었던 이 대표가 국민소환제를 고리로 개헌 논의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고 싶다면 개헌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뒤 민주당이 소속 의원들에게 추가로 배포한 ‘교섭단체 대표연설 Q&A’ 자료에서 “권력 구조 개편 방안뿐 아니라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걸맞은 헌법 개정은 필요하다”며 “대한민국과 후손들의 미래를 위한 개헌 논의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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