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서 보인 난맥상은 문재인 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립 논의가 이뤄질 때부터 예견됐다. 법조계와 시민사회는 시민 피해를 이유로 보완 입법을 촉구했지만 정치권은 외면했다.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였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로 제한했다. 나머지 범죄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하고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수사지휘권 폐지로 경찰이 1차 수사를 끝낸 뒤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게 된 데다 검경 간 사건 떠넘기기로 수사기간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대책은 없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2020년 9월 입장문에서 “수사권 조정을 위한 개정입법과 후속 시행령이 수사권 총량을 늘리거나 국민의 인권 보장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이 20대 대선에서 당선되자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급히 추진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더 좁혔다. 검찰이 전 정권에 칼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개정법에 일반 민생 범죄사건에 대한 수사 역량 보완을 위한 규정들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대형 권력형 부패사건에 대한 국가의 수사 역량을 크게 약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했다.
급하게 이뤄진 입법은 윤석열 정부가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을 추진할 빌미를 제공했다. 검찰청법 개정안 원안은 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규정했지만, 여야 합의안은 ‘중’을 ‘등’으로 바꿨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시행령을 개정해 기존 6대 범죄의 죄목을 2대 범죄로 재분류하는 방법으로 검찰 수사 범위를 사실상 원상 복구했다. 시행령이 상위법과 충돌하는 상황인데도 검찰은 이 시행령을 근거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에 대해서도 직접 고소가 어려운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3월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에 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법 자체는 유효하다고 결정했다. 다만 소수의견을 통해 “피해자 인권 보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국회의 보완 입법은 없었다. 참여연대는 2022년 12월 논평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보완 과제와 법무부의 위헌·위법적 검찰 직접수사 확대 시행령으로 인한 형사사법의 혼란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공수처법도 마찬가지다. 공수처의 인력 부족, 중복수사 문제는 2017년 공수처법 제정 당시부터 제기됐다. 개혁위는 공수처에 대통령, 국회의원 등에 대해 수사권뿐 아니라 기소권도 권고했지만, 국회는 수사권만 부여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은 번번이 폐기됐다.